2009년 11월 18일 수요일

환율 충격 흡수력 높아졌지만 휘둘리는 구조 여전

 

 


환율 충격 흡수력 높아졌지만 휘둘리는 구조 여전



크게 높아진 수출비중, 환율변화에 따른 달러표시 수출가격 전가도 하락 등의 요인으로 인해 국내 기업들은 환율 하락 시 수익이 크게 영향을 받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의 시기를 비교할 때 기업들이 원화환율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수입원재료의 투입 비중 상승으로 인한 생산비용 절감, 결제통화 및 수출시장 다변화와 함께 비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효과도 적지 않은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환율의 변동성이 커진 점을 감안하면 단위당 환율효과는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을지라도 전체 환율 변화에 따른 수익 변화 효과는 여전히 클 수 있다.

 

금년 국내외수요의 극심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실적이 예상보다 호조를 보인 데에는 작년 평균 대비 20% 가량 상승한 환율 덕이 크다. 향후 환율은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계경기나 수출단가의 회복세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화환율이 하락세를 유지한다면 이에 따른 수익악화 효과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




< 목 차 >

Ⅰ. 환율하락에 따른 기업수익 악화 정도

Ⅱ.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 시기의 비교

Ⅲ. 환율 효과 변화의 원인 분석

Ⅳ. 시사점


“ 원화환율의 빠른
하락세가 야기할 수출
위축, 수출채산성 악화
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



지난 상반기중 달러당 1,352원 수준이던 원화환율이 최근 1,160원대로 하락한 데 이어 내년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에도 불구하고 수출 대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기업들이 비교적 선전한 것이 환율효과 때문이라는 평가이고 보면, 원화환율의 빠른 하락세가 야기할 수출 위축, 수출채산성 악화 등의 우려가 적지 않다.

 

지난 몇 년간 국내기업들의 수출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진 데다, 주력 수출품목들인 반도체를 비롯한 IT 분야에서의 높은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제품의 표준화 또는 소수의 공급자간 치열한 경쟁, 빠른 기술혁신 등의 이유로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높지 않을 수도 있다. 이들 부문에서는 탄탄한 해외수요의 증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환율 하락을 가격인상으로 흡수할 여력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한편 글로벌 위기의 와중에서 국내기업들의 해외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등 국내제품의 질적인 경쟁력 개선을 시사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환율효과 외에도 품질경쟁력 향상, 연구개발 투자의 증대 등이 성과를 거두면서 우리 수출구조가 환율 변화에 덜 민감한 구조로 변모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점들을 고려하여 기업수익성과 환율변화 또는 여타의 요인들간의 관계가 어떠하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 시기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 결과에 기반하여 향후 환율하락에 따른 영향과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



Ⅰ. 환율하락에 따른 기업수익 악화 정도


기업의 수익은 제품에 대한 국내외 수요와 생산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결정된다. 기업 수익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은 주로 수출비중, 수입원재료비 비중 그리고 환율 변화에 따른 수출입가격 및 수출입물량의 탄력성 등에 좌우된다(박스기사 “환율변화와 기업수익” 참조). 추정 결과에 따르면 기업별, 업종별로 편차가 크지만 환율 하락이 기업수익에 미치는 마이너스 효과가 작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환율변화와 기업수익

수출과 내수를 병행하는 기업의 수익은 해외매출액과 국내매출액의 합에서 해외재료비용과 국내재료비용을 차감하고 임금 등 기타비용을 제하고 난 나머지로 결정된다.

 

총수익 = (달러표시 수출가격)·(수출물량)·(원/달러 환율) + (내수용 판매가격)·(내수용 판매물량)-(달러표시 수입재료비 가격)·(수입재료 물량)·(원/달러 환율)-(국내재료비 가격)·(국내재료 물량) - 임금 – 기타비용

 

환율 변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업수익에 영향을 미치는데, 직접적으로는 해외매출과 수입 재료비용이 환율변화의 영향을 받는 부분이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를 예로 들면, 기업의 해외매출이 줄어드는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는 한편 생산비용 측면에서 수입재료비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두 부문을 통한 영향의 상대적인 크기에 따라 최종적으로 기업의 영업수익이 영향을 받게 된다. 수출비중이 높은 기업의 경우에는 환율하락 시 해외매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커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내수 위주의 사업구조이면서 수입재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라면 환율하락이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동일한 환율 변화에 대해서도 기업마다 주력 수출입 품목의 특성 또는 해외시장에서 제품의 경쟁력, 수출입시장에서 독과점적인 지위 여부 등에 따라 해외매출과 수입재료비에 대한 영향이 달라지게 된다. 환율 하락 시 수익 악화를 보전하기 위해 가격인상을 할 여지가 있는지, 가격인상으로 인한 해외수요의 위축효과가 큰지 등에 따라 환율 하락의 해외매출 위축 효과가 달라진다. 수출가격의 환율전가도가 낮고 수출물량의 가격탄력성이 클수록 환율 하락 시 해외매출 축소에 따른 수익 감소 효과는 커지게 된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가격 인상을 통해 원화표시 수출액의 감소를 상쇄해야 되는데 판매제품의 독자적인 경쟁력이 없을 경우 수출가격 인상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수출가격 인상에 나서더라도 이에 따른 판매량 감소가 크다면 환율하락의 수익감소 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기업에 따라 시장점유율을 중시해 수출가격의 인상 없이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 악화를 감수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간재로 투입되는 수입품의 가격이 원화환율 변화에 반응하는 정도, 수입중간재와 국내중간재간에 대체 가능성의 정도 등에 따라 수익에 미치는 환율 변화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

 

수출입가격의 변화나 물량 변화가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환 위험 관리능력, 재무적으로는 예기치 못한 환율변화로 인해 외화자산과 외화부채에서 발생되는 환차손익과 환산손익도 기업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 상장 제조기업들은
해외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환율하락 시 매출이
크게 악화되는
구조이다. ”



높은 수출비중으로 환율변화에 민감한 구조

외견상으로만 보면 국내기업들은 환율변화에 매우 민감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수출 비중이 매우 높다. 2007~2008년 기간 중 상장 제조기업의 수출비중은 60.6%에 달한다. 해외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환율이 하락하면 전체 매출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중간재 중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7년 중 30%여서 환율하락 시 생산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기대되지만 해외매출 감소 효과를 상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2007~2008년 상장 제조기업의 재무제표 자료를 이용하여 환율변화에 따른 수출입가격이나 수출입 물량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고 단순히 해외매출과 수입중간재 투입 비용이 환율 변화에 따라 바뀌는 효과를 시산해 보면, 원/달러 환율의 10% 하락은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3.85%포인트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난다(<표 1> 참조).



“ 수출가격 변화,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
환위험 관리 등으로
환율하락의 충격이
흡수될 수 있다. ”


환율하락의 영향은 업종별로 편차가 심하다. 경공업과 중공업으로 구분하여 비교해보면, 2007~2008년 중 원화환율 10% 하락의 영업이익률 악화 효과가 경공업 부문에서 0.67%포인트에 불과한 데 비해 중공업 부문에서는 4.24%포인트나 된다. 경공업 부문 기업의 수출비중이 15%에 불과한 데 비해 중공업 부문 기업들의 수출비중은 70%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세부 산업별로 환율변화에 대한 노출도를 살펴보면, 선박, 고무·플라스틱, 금속, 기계, 전자 부문이 수출비중이 높아 환율하락에 취약한 구조이고 목재·종이, 음식료, 비금속 광물 부문은 환율하락의 수익악화 효과가 적거나 환율하락이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업종이다.



환율 하락의 기업 수익 악화 효과

실제에 있어 수출 기업들은 환율 상승의 긍정적인 효과를 극대화하거나 또는 환율 하락의 부정적인 효과를 극소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응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환율 변화가 기업수익에 미치는 효과는 위에서 살펴본 것보다는 훨씬 작을 가능성이 높다. 수출가격 변화를 통한 대응, 생산성 향상 및 원가절감 노력, 환 위험 관리 등으로 기업, 업종에 따라 환율하락의 충격이 일부분 또는 상당 부분 흡수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은 상장 기업들의 과거 실적들을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에서 확인된다. <표 2>는 1986~2008년 기간에 대해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의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여 연간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국내외 수요 요인 및 세계 수출단가와 함께 환율 변화를 고려하여 분석한 결과이다. 대형 기업으로 분석대상을 제한한 것은 소규모 기업이 전체 추정결과를 좌우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추정 결과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 10% 하락은 상장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을 0.45%포인트 악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 하락에 따른 수익 악화 정도가 수출입가격 및 물량이 고정된 것으로 가정하고 도출한 것보다는 크게 줄어드는 것이다. 원/엔 환율 하락의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지만, 명목실효환율 10% 하락 역시 영업이익률을 0.4%포인트 악화시키는 효과를 지닌 것으로 나타난다.



“ 수출기업들의 경우
원화환율 10% 하락은
영업이익률을 0.8%
포인트 악화시킨다. ”



그러나 수출 위주의 기업들에 한정하여 분석하면, 환율 하락의 효과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난다. 매출액 중에서 수출비중이 50%를 넘는 수출기업들의 경우 원/달러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 10% 하락 시 영업이익률은 평균 0.8%포인트 악화되는 효과가 있다. 

 

 

업종별로는 섬유·의복, 화학, 고무·플라스틱, 전자, 철강, 정밀기계 등이 비교적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 악화 정도가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동차, 기계, 선박 등 전통적으로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에서 환율하락의 수익 악화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은 업종별 특수한 요인들이 완전히 고려되지 않은 분석상의 한계 때문으로 보인다.




Ⅱ. 외환위기 이전과 이후 시기의 비교

현재 우리나라의 수출입구조는 80~90년대에 비해 급격히 변화된 상태이다. 경공업보다 중공업 부문의 수출비중이 월등히 높고 전자, 통신 등 IT 제품은 해외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소비재 수입이 10% 전후에서 정체된 가운데 자본재 수입비중이 다소 줄어든 반면 원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아졌다. 기업들의 중간재 투입 중 수입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 환율 변화에 따른 생산비용의 변화 정도를 커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환율변화에 따른 기업수익의 민감도가 과거에 비해 달라졌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는 외환위기를 전후로 하여 환율의 기업 수익에 대한 영향력이 변화되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환율변화의 효과 분석을 위한 추정모형

환율변화가 기업수익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하기 위해 12월 결산 상장 제조기업들의 1986~2008년 기간의 경영실적을 이용하였다. 동일한 기업의 경영실적이 매해 반복되어 나오기 때문에 패널 분석이 필요한데 추정모형은 다음과 같다.

 

매출액 영업이익률(%)it = β1+ β2·ln(원/달러 환율)t + β3·ln(업종별 생산)jt + β4·ln(국내총생산)t + β5·ln(세계 수출단가)t + β6·ln(교역상대국 국내총생산)t + β7·(기업별 특성)i + β8·(업종별 특성)j

 

 

여기서 i는 기업, j는 산업 그리고 t는 연도를 나타낸다. 매출액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 업종별 생산, 국내총생산, 세계 수출단가와 주요 교역상대국에 대한 수출비중을 이용한 가중평균 세계총생산을 고려했다. 기업별 특성과 업종별 특징들도 개별 기업의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기업별, 업종별 특성은 관찰 불가능한 요인들로 구성된 데다, 국민총생산 등의 변수는 불안정한 시계열 이어서 실제 추정은 전년도와 금년도간 각 변수들을 차분한 값을 이용하였다. 그러면 기업별, 산업별 특징들은 매년 일정한 것이기 때문에 사라지게 되어 분석모형의 추정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외환위기와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환율이 급등한 것을 고려하기 위해 1997년, 1998년, 2008년에 대해 각각 1의 값을 갖는 더미변수를 추가했다. 이들 연도에는 환율변화의 영향이 다를 수 있음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다. 또한 원/달러 환율 대신 원/엔 환율 또는 명목실효환율을 이용하여 환율 효과를 추정하기도 하였다.

 

 

Δ매출액 영업이익률(%)it = β1+ β2·Δln(원/달러 환율)t + β3·Δln(업종별 생산)jt + β4·Δln(국내총생산)t + β5·Δln(세계 수출단가)t + β6·Δln(교역상대국 국내총생산)t + γ1·(1997년 더미) + γ2·(1998년 더미) + γ3·(2008년 더미)

 

여기서 고려한 요소 외에도 영업이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많다. 대표적으로 재료비용이나 임금 등이 그것이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매출액 대비 재료비용이나 임금이 변수로서 사용되어야 하나 이 경우 환율 변화 시 매출액 자체가 바뀌는 효과가 있어 순수하게 재료비용이나 임금만의 변화로 볼 수는 없다. 매출액 대비 재료비용, 임금의 변화 효과는 이미 환율 변수에 의해 일부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재료비용이나 임금을 따로 독립된 변수로서 고려치 않은 것은 직간접적인 광범위한 환율효과의 추정을 위해서이다.



“ 수출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국내기업들이
환율변화에 민감한
사업구조로 변모해
왔다. ”



수출비중 증대로 환율 변화에 대한 노출도 증대

수출비중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국내기업들이 환율변화에 민감한 사업구조로 변모해 온 것이 사실이다. 1990~1991년 중 상장 제조기업의 수출비중은 33.2% 수준이었는데 1995~1996년에 40.6%로 늘어난 데 이어 2000~2001년에는 49.4%로 높아졌다. 또한 2007~2008년 기간에는 상장 제조기업들이 생산품의 60.6%를 해외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난다. 중간재중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점차적으로 늘어나 환율하락 시 생산비용이 절감되는 효과가 커진 것이 사실이지만, 크게 늘어난 해외매출 감소 효과를 상쇄할 정도에 이르지는 못한다.

 

수출입가격이나 수출입 물량의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고 환율 변화의 효과를 시산해 보면, 그 동안 기업수익의 환율 변화에 대한 노출도가 커진 것으로 나타난다. 10%의 원/달러 환율 하락이 상장 제조기업의 영업이익률을 악화시키는 정도가 1990~1991년 중 1.71%포인트에서 1995~1996년, 2000~2001년에 각각 2.34%포인트, 2.96%포인트로 커진 데 이어 2007~2008년에는 3.85%포인트로 높아진 것으로 계산된다(<표 3> 참조).




“ 원화환율 하락이 기업
수익을 악화시키는
효과는 외환위기 이후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


경공업과 중공업으로 구분하여 비교해보면, 1990~1991년 중 원화환율 10%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률 악화는 경공업과 중공업이 각각 1.56%포인트, 1.76%포인트로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이후 환율 하락에 따른 영업이익 악화 정도가 중공업 부문에서는 커지고 경공업 부문에서는 줄어들면서 두 부문간의 환율 효과 차이에 있어 격차가 커지고 있다. 2007~2008년 중에는 원화환율 10% 하락의 영업이익률 악화 효과가 경공업 부문에서 0.67%포인트에 불과한 데 비해 중공업 부문에서는 4.24%포인트나 된다. 수입중간재 투입 비중이 전반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경공업 부문 기업의 수출비중이 크게 낮아진 반면 중공업 부문 기업들의 수출비중은 급격히 높아진 결과로 해석된다. 



기업 수익에 대한 환율 효과 감소

앞서의 분석에서와 마찬가지로 환율 외에 기업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분석한 결과는 환율 효과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을 보여준다(<표 4> 참조).



원/달러 환율 10% 하락(상승)이 상장 제조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악화(개선)시키는 효과가 1986~1997년 기간 중 1.3%포인트였으나 1998~2008년 기간 중에는 0.8%포인트로 줄어들 것으로 나타난다. 원/엔 환율과 명목실효환율의 기업 수익에 대한 영향력은 외환위기 이전이나 이후나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 명목실효환율의 경우, 10% 하락은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외환위기 이전 0.7%포인트 정도 악화시켰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0.8%포인트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수출비중이 50% 이상인 수출 위주의 기업들에 한정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발견된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원/달러 환율 10% 하락이 수출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1.9%포인트 악화시키는 효과가 있었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그 효과가 0.8%포인트로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명목실효환율 10% 하락이 수출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악화시키는 효과도 외환위기 이전 1.14%포인트에서 외환위기 이후 0.8%포인트로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원/엔 환율 10% 하락의 효과도 0.43%포인트에서 0.04%포인트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 해외수요나 세계
수출단가가 기업의
수익에 미치는 영향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해외수요 및 세계 수출단가의 영향력 확대

과거에 비해 원화환율의 영향력이 줄어든 반면, 해외수요나 세계 수출단가의 기업수익에 대한 영향력은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출기업에 한정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세계수출단가 10% 하락이 수출기업의 매출액영업이익률을 악화시키는 효과가 외환위기 이전에는 크지 않았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0.42%포인트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 주요 교역상대국의 가중 평균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국내 수출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외환위기 이전에는 0.02%포인트 악화되는데 그쳤으나 외환위기 이후에는 0.14%포인트 악화되는 것으로 바뀌었다.



Ⅲ. 환율 효과 변화의 원인 분석

국내기업들의 수출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나고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전자와 화학 등의 수출 중에서 표준화된 범용제품은 우리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이 높지 않아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수출가격 인상을 통해 대응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적을 수 있다. 실제로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외환위기 이후의 기간 동안 달러표시 수출단가의 환율에 대한 탄력치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환율하락의 수익 악화 효과가 커질 수 있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하락의 효과가 과거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 데에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 질적인 경쟁력 개선
효과가 기업 수익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
축소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


경쟁력 개선 효과

우선 질적인 경쟁력 개선 효과를 들 수 있다. 기술혁신과 R&D 투자 확대 등 우리 기업들의 꾸준한 노력으로 우리 수출품이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품질 경쟁력을 갖춘 결과가 환율의 영향력 축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주력 수출품에 대한 해외수요 변화 등의 영향력이 커진 점도 마찬가지 효과를 낳는 요인이다. 우리 수출품의 가격탄력성이 과거에 비해 약화된 것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량 축소에 대한 부담이 없이 수출가격 변화를 통해 원화환율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품목들이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생산비용 절감 효과


원화환율 하락의 효과가 줄어든 또 다른 이유로 중간재 중 수입제품의 투입비중이 늘어나면서 원화환율 하락이 생산비용 절감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앞서 살펴본 대로 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제조업의 중간재중 수입재의 투입 비중은 1990년의 24.7%에서 2007년 30%로 늘어났다. 더욱이 원화표시 수입단가의 환율변화에 대한 탄력치가 외환위기 이후 크게 높아져 환율하락의 수입 중간재 투입비용의 하락을 가속시킨 요인이다. 수입가격과 환율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원화환율 10% 하락 시 원화표시 수입가격은 외환위기 이후 6.5%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나 외환위기 이전의 2.8%에 비해 크게 커진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나라가 수입가격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할 수 없는 원자재 등의 수입비중이 늘어난 때문으로 해석되는데, 이는 환율하락 시 생산비용 절감 효과가 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그림 1> 참조). 환율하락에 따른 해외매출의 감소효과를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상쇄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 것이다. 이는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게 되면 수입재료비용이 크게 늘어나 해외매출 증대 효과를 상쇄시키는 요인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 수입중간재의 투입이
늘어나면서 원화환율
하락이 생산비용
절감을 가져오는
효과가 있다. ”



통화 및 수출시장 다변화 효과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유로화나 위안화 등 주요 개도국 통화의 영향력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결제통화로서 달러화의 비중이 아직도 월등히 높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낮아진 데다 수출시장 다변화로 여타 통화가 기업의 해외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표 5> 참조). 우리 수출 중에서 차지하는 미국시장의 비중이 1991년의 25.8%에서 2008년 11%로 낮아지고 일본 또한 비중이 급격히 감소한 대신, 중국과 여타 국가에 대한 수출시장 의존도가 높아졌다(<그림 2> 참조). 이들 국가에 대해 달러화 표시로 수출이 이루어지더라도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 변화가 우리 수출과 수출가격 설정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수 있다. 또한 과거 해외시장에서 주된 경쟁상대가 일본, 대만 등이었다면 최근에는 중국 등 후발 개도국들과의 경쟁이 높아진 것 역시 원/달러, 엔/달러 환율 외에 여타 통화의 중요성이 높아진 원인으로 지적된다.




“ 통화 및 수출시장
다변화 효과도 단위당
환율효과 감소의
배경으로 지적된다. ”





Ⅳ. 시사점

이상에서 추정된 기업수익에 미치는 원화환율 효과의 분석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 해외 자회사 및 해외 현지법인의 경영성과를 포함하지 못한 결과인 데다 환율과 수출입 가격 및 물량에 영향을 미치는 수요 외에 여타 요인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외매출이 모두 달러화로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 원화환율 효과를 분석하였다는 한계도 있다.

 

이 같은 몇 가지 제약에도 불구하고 추정 결과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우선 기업 수익이 과거에 비해 환율 변화에 덜 영향을 받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환율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거나 환율변화의 부정적인 효과를 흡수할 수 있는 여력이 높아졌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 환율 효과가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다고는 해도 환율의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기업수익이 환율변화에 휘둘리는 구조는 여전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내수기업의 수익률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인 데 비해 수출기업의 수익률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내수기업에 비해 훨씬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은 바로 단위당 환율 효과는 줄어들었더라도 환율변동성 증대로 전체 환율효과는 크게 변하지 않은 때문으로 볼 수 있다(<그림 3> 참조). 



금년 상반기 국내외 수요의 극심한 위축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실적이 괜찮았던 것은 원/달러 환율이 작년 평균치에 비해 20% 가량 상승한 결과 전체 환율효과가 작지 않았던 때문이라고 보여진다. 마찬가지로 현재 환율이 상반기 평균에 비해 10% 이상 하락한 상태인 데다 내년 중까지 추가 하락세가 예상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수익악화 정도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기업수익에 대한 영향력이 커진 세계 수요나 세계 수출단가의 회복세가 유지된다면 환율하락에 따른 수익 악화는 어느 정도 극복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 세계경기 회복이나 우리 주력수출품의 단가 회복세가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원화환율만이 하락세를 유지한다면 이에 따른 수익악화 효과가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끝>



Source
: LG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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