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24일 화요일

성장과 물가를 감안한 정책 금리수준



성장과 물가를 감안한 정책 금리수준



실물과 금융시장이 개선되면서 정책금리 조정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경제 및 실질환율 등을 고려한 정책금리 수준을 모형으로 추정한 결과

2009년 3분기에는 2% 내외로 나타났고 2010년에는 평균 2.7%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붕괴와 그에 따른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에 맞서 각국 중앙은행들이 정책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추었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는 정책금리를 0~0.25%로 낮추는 것과 함께 국채 및 모기지증권을 매입하는 ‘양적 완화’ 조치를 시행하였고,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도 유사한 조치를 취하였다.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정책은 금융부문의 중추인 은행부문에서의 자금이탈을 보충하고, 중앙은행이 은행을 통하지 않고 민간에 직접 신용을 제공함으로써 대규모 손실과 위험기피로 기능이 마비된 금융시장을 보완하는데 주목적이 있는 비상대책이었다. 그렇지만 비상대책이기 때문에, 금융시장과 경제활동이 정상화되는 과정 중 적절한 시점에서 되돌려져야만 비상대책의 부작용인 민간과 정부영역의 상충, 금융기관에 대한 부적절한 보조 및 유인 등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이하 ‘정책금리’) 인하, 은행에 대한 외화 및 원화 유동성 지원, 자기자본 확충지원 등의 조치가 이루어졌다. 그 중에서 대내외적인 금융 및 경제 여건 개선에 힘입어 대부분이 만료되었고, 마지막으로 남아있는 부분이 정책금리 조정이라고 할 수 있다(<표 1> 참조). 물론 대내외적인 여건이 다시 악화되고 금융시스템의 자립기반이 흔들리는 경우에는 비상조치들이 다시 시행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러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 국내외 경제여건이 정책금리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 그에 기반하여 향후 정책금리의 향방을 가늠하는 것이 주요한 이슈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3분기 물가를 감안한 실질정책금리는 0%로

장기평균보다 낮아 경기부양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정책금리는 경기부양적인 수준

최근의 개선된 실물 및 금융시장 여건을 감안할 때 9개월 간 동결된 정책금리는 변경될 여건이 마련되어 간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의 정책금리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이를 가장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정책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실질정책금리’이다. 실질정책금리가 정책금리의 장기 평균 실질금리 수준인 0.8%(2002~2009년 평균) 보다 낮으면 현재의 정책금리가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경기부양적인 수준’이라고 볼 수 있고, 반대로 0.8% 보다는 높으면 긴축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1>은 2002년 이후 ‘실질정책금리’를 나타낸 것이다. 2005년 4분기에서 2008년 1분기까지 실질정책금리는 1~2% 범위에 있어 긴축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반면 2008년 2분기 이후에는 0.8%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러 경기부양적인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9년 3분기에는 실질정책금리가 0%로 나타나 경기부양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그림 1>에서 나타난 특징은 경기가 확장국면에 있는 경우 실질정책금리가 장기 수준을 웃돌고, 반대로 경기가 수축국면에 접어들면 정책금리가 장기 수준 이하로 하락한다는 점이다. 이는 중앙은행이 경기상황을 감안하여 정책금리를 조정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1

1 Alan Blinder는 ‘중앙은행의 이론과 실제’에서 실질정책금리가 0 이하인지 여부를 보고 FRB의 정책을 판단할 수 있다고 언급하였다.


   

테일러 준칙으로 정책금리를 추정한 결과는

현행 수준과 비슷하였다.



테일러 준칙으로 본 정책금리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감안해서 이루어진다. 중앙은행의 이러한 의사결정을 수식으로 표현한 것이 ‘테일러 준칙’(Taylor Rule 또는 Taylor-type Rule)이다. 테일러 준칙에 의하면 중앙은행은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웃돌고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이 상정하고 있는 목표 수준에서 벗어나면 정책금리를 올려서 경기가 과열되어 물가상승률이 더 올라가는 것을 막는다. 반대로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을 하회하고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치 보다 내려가면 정책금리를 낮추어서 경기를 진작시킨다.

그리고 실제 경제성장률과 잠재성장률과의 차이인 GDP 갭과 물가상승률과 목표 물가상승률과의 격차인 인플레이션 갭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금리를 조정한다고 한다. 만약 경제성장을 물가보다 우선시하는 경우 성장률 변화에 반응해서 금리를 조정하고, 반대로 물가안정을 우선시하는 경우 물가변동에 민감하게 금리를 변화시키게 된다. 테일러가 제시한 통화정책 준칙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FRB의 금리결정 과정을 잘 묘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많은 경제학자들이 테일러 준칙을 기준으로 통화정책을 평가하기도 하고 예측하기도 한다.

2003년 이후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을 테일러 준칙이라는 틀에서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분석의 가정은 잠재성장률을 4.5%로, 중앙은행의 GDP 갭과 인플레이션 갭에 대한 가중치는 각각 0.6과 0.4로 설정하였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2003년부터 제시한 물가상승률 목표치(inflation targeting)의 밴드를 물가목표로 활용하였다. <그림 2>는 이러한 가정하에 테일러 준칙에 따라서 도출된 정책금리(이하 ‘테일러 금리’)이다. 이에 따르면 3분기의 정책금리는 1.7~2.1%로 현재의 정책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다. 




테일러 준칙을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은 잠재성장률을 추정하는 방법이다. 잠재성장률은 한 국가 내의 노동과 자본을 최대한 동원에서 달성할 수 있는 경제성장률이라고 정의되지만, 직접 관측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통계적 기법을 통해서 추정한다. 만약 잠재성장률 추정이 어긋나는 경우에는 테일러 준칙이 제시하는 정책금리도 어긋날 수밖에 없다. 결국 임금상승이나 물가상승률 등을 관찰하여 정책을 취하게 된다. 


  

만약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을 4.5%에서 0.5%p 하락한 4.0%로 가정하는 경우 테일러 금리는 2.0~2.4%로 다소 올라가게 되고, 잠재성장률이 0.5%p 높은 5%인 경우에는 1.4~1.7%로 떨어지게 된다. 아울러 주의할 점은 테일러 준칙은 국가간 무역과 자본이동이 없는 폐쇄경제(closed economy)를 대상으로 만들어진 준칙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수출과 수입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자본이동이 자유로운 우리나라 상황을 감안한다면 정책금리를 예측하거나 평가하는 방법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세계경제 후퇴는 정책금리 인상의 효과를,
실질실효환율 절하는 정책금리 인하의 효과를 보인다.


대외부문을 고려한 경우의 정책금리

대외부문이 없는 경우에 적합한 테일러 준칙을 대외부문이 있는 개방형 경제에 맞게 수정하려면, 대외부문이 경제에 미치는 경로를 생각하여야 한다. 우선 환율을 고려할 수 있다.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질변수를 통해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목환율보다는 국가간 수출입 비중 등을 고려한 실질실효환율이 상대적으로 적합하다. 

실질실효환율의 변동은 우선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실질실효환율이 절상(원화가치의 상승)되면 원화로 환산한 수입품 가격은 하락하게 되어 물가의 하락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질실효환율의 절상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 수출품의 대외적인 가격경쟁력은 악화시켜 경제성장률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실질실효환율의 절상은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물가하락을 가져온다. 환율 이외에 세계경기도 주요한 대외적인 경제변수이다. 세계경제가 성장하게 되면 우리나라 수출도 증가하여 경제성장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 반면 2008년 초의 유가상승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계경제성장은 주요 수입품인 원유, 구리, 밀 등 원자재 등의 가격상승을 불러와 국내물가의 상승을 초래한다. 그러므로 대외부문을 고려한다면 중앙은행은 우선 환율변동에 따른 물가와 성장의 변화를 고려하고, 세계경제의 국내 물가와 성장에의 영향력도 고려하여 통화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사항들을 감안해서 세계경제 성장률, 실질정책금리, 실질실효환율,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간의 관계를 경제이론을 감안한 벡터자기회귀모형(Structural Vector Autoregressive model)으로 분석하였다(42페이지 Box 참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 12% 절상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정책금리가 1% 인상되는 것과 비슷하였으며, 물가상승률에 미치는 영향(누적)은 실질실효환율 10% 절상(전분기 대비)이 물가상승률을 1.0%p(10분기 누적) 정도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세계경제의 후퇴는 국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동시에 낮추면서 정책금리 인상과 비슷한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부문을 고려하여 테일러 준칙을 수정하여
추정한 정책금리도 2% 내외로 나타났다
.



자산가격 변동에는 미시적 규제로 대응할 수도


미국의 주택가격 급락과 그에 따른 금융부문의 대규모 손실이 가져온 결과는 중앙은행들의 자산 가격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키기에 충분하였다. 이러한 점에서 주택가격이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요인으로 언급되기도 하였다. 그렇지만 정책금리가 주택가격뿐만 아니라 경제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논의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대안적으로 담보대출비율(Loan to Value ; 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ebt to Income ; DTI)의 규제라는 미시적인 수단을 통해서 주택가격 변동이 초래할 수 있는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단순한 모형으로 담보대출비율 제한의 효과를 살펴본 결과도 이러한 사실에 부합하였다. 1994~2008년까지의 금리, LTV, 전국아파트 가격지수, 경제성장률, 물가상승률등의 변수를 이용해서 LTV 하락의 효과를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LTV를 30%p 줄이는 규제는 주택가격을 장기적으로 0.4% 떨어뜨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D금리 0.5%p 상승이 야기하는 효과와 비슷하다.


 



대외부문을 고려한 테일러 금리와 실제 정책금리를 비교하여 보자. 우선 우리나라를 테일러 금리 모델이 상정하고 있는 폐쇄경제로 환원하기 위해서 대외부문의 영향력을 제거한다. 이를 위해 민간소비를 폐쇄경제에서의 GDP라고 가정하고, 물가에서 세계경제와 환율의 영향력을 제거한 후 테일러 금리를 산출한다. 이와 같이 폐쇄경제를 상정한 상태에서 대외적인 변수가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여 중앙은행이 금리를 변동시킨다고 가정하면 개방경제하에서의 테일러 금리가 도출된다. 예를 들어 세계경제 침체가 발생하면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인하하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일부 조정하는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정하는 것이다. 

<그림 4>는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도출된 개방경제의 테일러 금리와 실제 정책금리를 나타낸 것이다. 테일러 금리를 실제 정책금리와 비교하면 2007년까지는 수준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지만 2008년 이후에는 형태가 거의 비슷하고 수준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2009년 3분기만을 비교하는 경우 실질실효환율의 절상효과와 세계경제성장률의 부진 등을 감안할 때 테일러 금리는 2% 내외로 현행 정책금리와 큰 차이가 없다. 



세계경제 성장, 실질실효환율 등의 변화가 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세계경제성장률, 실질정책금리, 실질실효환율, 경제성장률, 물가간의 관계를 경제이론을 감안한 벡터자기모형(Structural Vector Autoregressive)으로 살펴보았다. 대상기간은 1995년~2009년 3분기로, 국내 경제성장률은 GDP갭, 세계경제성장률은 Hodrick-Prescott 필터를 사용한 추세치와의 차이, 실질정책금리는 명목정책금리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뺀 수치, 실질실효환율은 로그 변환한 값을 기준으로 하여 평균과의 차이, 물가상승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활용하였다. 그리고 정책금리와 세계경제성장률간에는 당기에는 서로 영향을 주고 받지 않는 것으로 가정하였다. 아울러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간에는 당기에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가정하

였다.

추정한 결과를 요약하면, 세계경제성장률이 1%p 상승하면 10분기에 걸쳐 국내물가는 2.9%p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은 2.8%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실질실효환율의 10% 상승은 성장 및 물가 상승률을 1%p 하락시키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2010년의 경우 연말 3% 수준까지의 정책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형을 통해서 산출한 정책금리와 실제 정책금리에 차이가 나는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우선 중앙은행은 정책금리 변동 요인에 대해서 즉각 반응하지 않고 시차를 두어 정책금리를 변동시킨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환율의 움직임과 세계경제의 부진이 추세적이지 않고 일시적이라면, 현재의 물가상승률이 낮다고 해서 정책금리를 낮추는 것은 향후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정책금리를 다소 높게 설정할 수도 있다. 폐쇄경제의 대용지표로 민간소비를 설정하였으나, 투자도 내수의 주요 항목이라는 점을 감안하지 못한 점도 있다. 

대외부문을 고려하지 않은 경우 실제 정책금리와 테일러 준칙을 이용하여 산출한 정책금리와의 차이가 2002년~2005년까지는 크지 않았으나, 2005년 이후 다소 큰 것으로 나타났다(<그림 2> 참조). 대외부문을 고려하여 산출한 테일러 금리와 실제 정책금리를 비교해 보면, 2006~2007년 중 1%p 정도 실제정책금리가 높았던 반면, 2008년 중에는 정책금리가 낮았으나 2009년에는 두 수치 간의 차이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위의 수정된 테일러금리 추정식에 2010년의 민간소비 증가율(3.7%) 및 물가상승률(2.7%), 세계경제성장률(3.0%)과 실질실효환율(5% 내외 상승) 등의 당 연구원 전망치를 대입하면 내년 정책금리는 평균 2.7%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상을 요약하면, 2009년 하반기 정책금리 수준은 물가, 성장, 대외변수 등을 감안한 테일러 준칙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2010년의 경우 테일러 준칙에 의거한 금리정책을 수행한다면 연말 3% 수준까지의 정책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물론 국내외 경제가 경기 재 침체 없이 지속 가능한(sustainable) 회복세를 지속한다는 전제하의 이야기다.  

 

Source : LGERI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