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1월 13일 금요일

달러 캐리 트레이드, 금융시장 불안정성 높인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금융시장 불안정성 높인다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되면서 미국의 제로금리 및 양적 완화 정책에 기반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미국의 단기 금리가 일본의 낮은 금리 수준을 하회하면서 종전에 엔화 자금의 조달을 통해 이루어졌던 캐리 트레이드의 상당 부분이 달러화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캐리 트레이드의 확산은 개도국의 외화유동성 사정을 개선시키고 자산가격 상승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지만, 급격한 청산으로 인한 금융불안 및 자산가격 폭락의 위험도 안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니고 있다. 단기적으로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향방에 가장 큰 결정요인인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시기는 유동적이나, 주요 선진국들의 저금리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만큼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올해 이후 우리나라에도 상당한 규모의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향후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 또는 여타 통화로의 교체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금융시장 불안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목 차 >

Ⅰ.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부상

Ⅱ. 달러 캐리 트레이드 확대의 영향

Ⅲ.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향방 및 시사점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2008년 하반기 두드러졌던 미국으로의 집중적인 자금 유입 현상도 빠르게 완화되고 있다. 미국 재무부가 매월 발표하는 국제 자본 유출입 자료(TIC; Treasury International Capital Data)에 따르면, 작년 한 해 6,641억 달러 규모의 순유입을 나타낸 대미 투자자금이 올해는 지난 8월까지 5,096억 달러 순유출로 전환되었다(<그림 1> 참조). 이는 금융시장 불안이 완화되면서 미 국채 같은 안전자산이나 달러 유동성을 대신해 미국 밖의 위험자산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여기에 최근 들어서는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보다 수익률이 높은 다른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국제 자금시장에서 달러 리보(LIBOR) 금리가 199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엔 리보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종래의 엔화나 스위스프랑이 아닌 달러화가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에 있어 중요한 조달 통화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2007년 중반 이후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던 주요 투자은행의 캐리 트레이드 관련 지수도 올해 1분기 이후로는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들 지수는 달러 뿐만 아니라 엔화나 스위스프랑 같은 다양한 조달 및 운용 통화들을 아우르는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강도를 나타내는데, 지금은 2007년 중반의 정점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해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후의 극심한 위축 국면으로부터는 상당 부분 회복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 2> 참조). 


이처럼 달러 캐리 트레이드와 그를 통한 미국 밖으로의 자금유출 가속화가 언뜻 보기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정 및 세계경제 회복과 동일한 맥락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투기적 성향의 자본이동이 증가하면서 나타날지도 모르는 부작용과 후유증에 대한 부담도 함께 지니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가 해소되어 가는 상황에서 달러 캐리 트레이드를 재개시킨 요인들을 짚어보고, 그 향방을 통해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가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변모해나갈 것이며, 그에 따른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 보았다.



캐리 트레이드의 개념

캐리 트레이드란 금리가 낮은 통화로 자금을 조달해 금리가 높은 나라의 금융상품 등에 투자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거래를 의미한다. 통상적으로는 금리 차 거래의 직접적인 대상이 되는 채권이나 대출자산 등에 대한 투자에 국한되지만, 보다 넓은 의미로는 주식이나 원자재, 부동산 등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자산에 대한 투자들을 두루 포괄한다. 지난 수 년 동안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에서 조달통화는 대표적인 저금리 국가인 일본의 엔화나 스위스프랑이었다. 달러화도 미국의 정책금리가 1%내외의 수준이었던 2004년 이전에는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통화로 활용되곤 했었다. 낮은 금리로 조달된 자금의 주된 투자처는 호주나 뉴질랜드 같은 금리 수준이 높은 나라, 또는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시장국가의 자산이었다.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은 국가간의 금리 또는 수익률 차에 의해 발생하는 부분과 환율 변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차익으로 나누어진다. 캐리 트레이드가 통상적인 금리 차 거래와 구분되는 점은 금리차에 의한 수익과 환율변동에 의해 발생하는 수익을 동시에 추구한다는 데 있다. 즉 국가간 금리 차익 거래에서 환율변동으로 인한 수익변화 부분을 제거함으로써 전체 수익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환 헤지가 필요한데, 이 때 금리 차가 시장환율의 기대치 또는 선물환율과 일치한다는 금리평형이론(Interest parity theory)을 전제할 경우에는 수익 자체가 없어져버리는 이론적 결과에 봉착하게 된다. 또 실제 상황에 있어서도 수익의 크기가 원래의 금리 차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캐리 트레이드는 국가간의 금리 차에 더해 조달통화에 대한 금리 상승과 이로 인한 평가절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된 상황에서 환 헤지 포지션 없이 투자가 이루어진다. 즉 저금리의 자금조달과 고수익 투자처 외에 환율 변동성의 축소 또는 조달통화에 대한 절하 기대가 형성될 수 있을 때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캐리 트레이드가 발생할 수 있게 된다.





Ⅰ.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부상




2007년 하반기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부실이 심화되고 관련 파생상품의 손실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이후 올해 초까지는 캐리 트레이드의 위축기였다. 금융기관들이 파산위험에 처하면서 자금시장은 경색되는 모습을 나타냈으며, 투자심리도 전반적으로 약화되었다. 2008년 하반기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현실화되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나라들이 정책금리를 크게 낮추고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국채를 기준으로 한 각국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수렴하면서 국가간 금리 차이도 축소되는 흐름을 나타냈다. 여기에 국제 자본이동의 흐름이 급변하고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캐리 트레이드의 안정적인 기반은 크게 약화되었고, 2007년까지 계속 증가세를 나타내 온 엔 캐리 트레이드 또한 상당 부분 청산이 이루어졌다. 



반면 금융위기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한 최근에 이르러서는 다시 캐리 트레이드의 형성에 우호적인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다. 우선 금융시장의 전반적인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 주식시장의 불안정 심리를 나타내는 지표인 변동성지수(VIX)가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상당 수 개도국의 외환위기 발생 가능성으로 크게 치솟았던 신흥시장채권지수(EMBI+)도 점진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그림 3> 참조). 여기에 전세계 외환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면서 환율의 변동성도 줄어들었다(<그림 4> 참조). 



이는 환율의 급변동으로 인해 투자 수익률이 급락할 위험성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실물경제의 빠른 개선 흐름을 나타내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시장금리의 상승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특히 현재 나타나고 있는 경제의 회복 속도나 물가상승압력, 재정 및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정도가 국가마다 상이하기 때문에, 지금의 추세가 지속될 경우 향후 국가간 금리 수준 또한 다시 차별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새로운 조달통화로서 달러화의 매력 부각



이러한 상황에서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통화로서 이번에는 엔화나 스위스프랑이 아닌 달러화가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로 미국의 금리정책이 역사상 가장 완화적인 영역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2008년 12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극복하고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0~0.25% 범위로 낮춘 바 있다. 여기에 국채(3,000억 달러 규모, 올해 10월경 매입 완료 시사)와 모기지 채권(1조2,500억 달러 규모, 완료 시한을 올해 연말에서 2010년 1분기로 연장) 등을 직매입하는, 이른바 양적 완화 정책이 실시되면서 정부와 금융기관의 지출 및 자금 공급능력이 크게 확충되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시장금리는 계속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힘입어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까지 하락한 데 이어, 작년 연말 이후로는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조달할 때 기준이 되는 오버나잇 금리와 CD, CP 등의 금리도 전반적인 하향 안정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그림 5> 참조). 특히 지난 8월 중순 경에는 리보(LIBOR, London inter-bank offered ratio) 시장에서 달러 리보 금리가 엔 리보 금리를 하회하는 현상이 나타나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어, 달러화가 엔화를 대체해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새로운 조달통화로 본격적으로 부상하는 기폭제로 작용했다(<그림 6> 참조).



달러 약세 예상에 기대는 측면 커



미국의 저금리 외에 달러화의 추가 약세 가능성도 달러화의 캐리 트레이드에 있어 핵심 요인이다. 2008년 하반기 전세계 금융시장이 극심한 불안국면을 경험하는 동안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냈다. 신용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는 대표적 자산인 미국 국채와 기축통화인 달러 유동성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달러 수요가 올해 1분기 이후로는 점진적으로 약화되면서 달러화 또한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 2009년 기준 1조4,000억 달러(GDP의 약 10%에 해당)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적자의 부담과 인플레이션 위험 등의 잠재적인 약세요인들까지 감안할 때, 달러화가 약세 추세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기본적으로는 이러한 기대에 기반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상의 요인들을 종합해서 볼 때, 캐리 트레이드의 수익은 어느 정도나 될까? 캐리 트레이드의 운용 대상은 채권이나 대출자산에 국한되지 않고, 주식, 상품 및 귀금속 등 다양한 범위와 위험도에 걸쳐 있기 때문에 그 수익도 취득 자산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는 현물통화를 조달해서 대표적인 고금리 국가들로 꼽히는 호주, 뉴질랜드, 브라질, 러시아, 남아공, 멕시코에 같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것을 가정하고, 2009년 1월~10월 동안의 기간을 대상으로 수익률을 연도별로 시산해 보았다(<그림 7> 참조). 조달통화를 달러화 이외에 유로, 엔, 파운드, 스위스프랑 등 주요 국제통화들 각각에 대해 계산한 결과 달러화를 조달해서 투자했을 때, 달러화(30.5%)의 기대 수익률이 가장 크고, 엔화(27.1%), 스위스프랑(24.7%), 유로(22.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그림 7> 참조).



캐리 트레이드 형성뒤 급속히 청산

캐리 트레이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엔 캐리 트레이드는 1990년대 일본경제를 괴롭힌 장기불황을 극복하기 위해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적극적인 금리인하 정책을 실시하면서 나타났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일본은행(BOJ)이 제로에 가까운 낮은 수준의 정책금리를 고수하고 2001년부터는 양적 완화 정책까지 병행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의 조달금리는 3개월 만기 리보 금리를 기준으로 1% 미만의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일본의 무역수지흑자와 전통적으로 높은 가계의 저축률 또한 일본경제의 자금공급능력을 확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낮은 금리로 엔화를 조달해서 해외에 투자하는 현상이 크게 늘어났으며, 특히 외국인의 엔화 차입 투자 못지 않게 일명 ‘와타나베 부인’으로 불리는 일본 내국인의 해외투자도 크게 늘어났다. 캐리 트레이드를 통한 엔화 자금의 일본 국외로의 유출은 일본의 자본수지 적자를 확대시킴으로써 엔화를 약세로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일본 경제가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는 기간 동안에는 엔화가 약세로, 그리고 청산되는 때에는 강세로 전환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 같은 엔화 환율의 흐름을 기준으로 볼 때,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엔 캐리 트레이드는 크게 세 차례에 걸친 확대 및 청산 과정을 거쳐 온 것으로 나타난다. 첫 번째 확대 국면은 1995년 고베 지진 발생 직후 일본은행이 정책금리(1일 만기 콜 금리)를 1%로 인하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의 엔 캐리 트레이드는 1997년의 동아시아 외환위기와 이듬해 롱텀캐피탈매니지먼트(LTCM)의 파산, 러시아의 외채 모라토리엄 선언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청산되었는데, 캐리 포지션 구축에 약 3년이 소요된 것에 비해 청산은 1년 반 남짓한 기간 동안에 걸쳐 상대적으로 빠르게 이루어졌다. 위축된 엔 캐리 트레이드는 1999년 2월 일본은행이 정책금리를 0%로 낮추면서 재개되었다. 하지만 2001년 IT 버블이 붕괴하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전격적으로 금리를 낮추면서 그 해 하반기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내에 종료되었다. 2006년 3월을 기해 일본의 양적 완화 정책은 종료되었다. 하지만 제로금리는 계속 유지되었고, 여기에 2004년 중반부터 미국이 금리를 큰 폭으로 인상해 온 효과가 나타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는 다시금 확대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때마침 세계경제 전반에 불어 닥친 자산가격의 상승 붐에 이끌려 엔 캐리 트레이드는 2007년 상반기까지 지속되었으며, 서브 프라임 사태가 금융시장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기 시작한 그 해 하반기 들어서야 위축되기 시작했다. 베어스턴스, 리먼 브라더스 등 금융기관 파산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되면서 캐리 트레이드는 본격적으로 청산되기 시작했고, 엔/달러 환율도 달러당 90엔 내외 수준의 강세로 돌아섰다.





Ⅱ. 달러 캐리 트레이드 확대의 영향


자본이 풍부한 나라에서 그렇지 못한 나라로의 자본이동은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에 기여하고 투자를 촉진시킴으로써 세계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이끄는 데 기여한다. 캐리 트레이드 또한 국제 자본이동의 일종이기 때문에 이러한 순기능을 수행하는 측면이 있을 것이다. 



아울러 현재 상황이 2008년 하반기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직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개발도상국들의 숨통을 틔워주고 자산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그 나라 금융시장은 물론 세계경제의 안정에도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외환시장 불안으로 말미암아 달러 대비 통화가치가 크게 절하되었던 나라의 경우에는, 금융시장이 일단 안정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연후에는 통화가치의 상승이 예상되기 때문에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유입될 유인이 더욱 커진다. 이 같은 자금유입은 지난 해 대규모 외국자본 이탈로 폭락했던 개도국 자산가치를 끌어올리고, 이들 나라의 금융기관의 정상화와 경제회복에 있어 도움이 되고 있다(<그림 9>, <그림 10> 참조). 




신흥국 경제 안정에 일조, 청산 시 부작용에는 우려

물론 한계는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투자대상에 대한 진정한 ‘투자’로서의 의미보다는 자본비용과 수익성에 있어서의 국가간, 통화간 괴리와 거기에 환율 변수까지 고려한 차익거래가 그 본질이다. 따라서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 또한 경제적인 의미에서의 효율성이나 효과에 기초한 판단과는 다소 괴리가 존재할 수 있으며, 장기투자보다는 단기적인 핫머니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 외부충격으로 인해 금리나 환율 변수에 급변동이 발생하는 경우 캐리 트레이더는 투자대상의 본질적인 투자가치에 있어 중대한 변화가 없다 하더라도 자신의 거래를 언제든지 청산하고자 하는 유인이 존재한다. 이 때문에 정책변화나 인접국의 금융불안, 외국인 투자자의 여건 변화 등 외부충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닌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성행한 엔 캐리 트레이드의 경우에도 국내외 경제여건의 변화나 충격 등이 예상되거나 발생하는 경우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데 걸린 시간이 그 전의 포지션 구축에 소요된 시간보다 짧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비대칭성은 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에 있어 구축 과정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청산은 일시에 보다 큰 규모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통화선물 등 파생금융상품을 통한 캐리 트레이드의 경우 레버리지 효과를 동원함으로써 거래 규모를 원금의 수십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점도 유사시에는 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레버리지 투자 구조는 투자에 있어 자기자본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다 주지만, 경제가 불안정해지면서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하게 청산되는 경우에는 경제의 변동성과 불안의 확대로 되돌아오기도 한다.



달러 약세 가중

한편 미국의 초저금리 기조와 그로 인해 발생한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미국으로부터의 자금유입을 둔화시키고 미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자금의 규모는 증가시킴으로써 달러 가치를 약세로 만드는 요인이기도 하다. 과거 캐리 트레이드의 조달통화였던 일본의 엔과 스위스프랑도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기 전까지는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일본은 2000년대 초반까지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 가운데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비거주자에 의한 일본으로부터의 자금조달이나 일본 가계 및 기업의 해외투자 증가로 인한 자본수지 악화 요인이 더욱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필요한 모든 달러화가 미국으로부터 조달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밖에 존재하는 달러 자금’, 즉 유로달러(Eurodollar)도 캐리 트레이드의 주요한 자금원이다. 따라서 전세계에 걸쳐 기축통화로서 널리 유통되는 달러화의 경우에는 그 규모나 강도에 비해 미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을 야기하는 정도가 약할 것으로 판단되며, 따라서 캐리 트레이드로 인한 달러 약세 효과 또한 엔이나 스위스프랑의 경우보다는 작을 수 있다.



하지만 안전자산 선호의 약화, 재정적자 누적, 향후 도래할지도 모를 인플레이션이나 산유국들의 달러 사용 기피에 대한 우려 등 현재 잠재되어 있는 달러 약세 요인들에 더해 최근 나타나는 캐리 트레이드의 영향력까지 지속되면 달러화 약세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최근과 같이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폭이 줄어들고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건전화 작업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더라도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지속되는 한 달러 약세는 좀더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캐리 트레이드로 인해 달러화의 약세가 좀더 진행되는 경우에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인 미국의 경상수지를 개선시킴으로써 글로벌 불균형을 축소시키고 세계경제의 안정성 제고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원자재에 대한 투기적 수요 조장


달러 가치 하락이 금이나 원유 등 상품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투기적 성향의 캐리 트레이더들에게 있어서는 원자재에 대한 직접적인 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들어 금, 원유, 구리 등 원자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시장이 발달하면서 이들 시장에서의 투기적 성향이 더욱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 상품 가격의 표시가 달러 기준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달러 약세 흐름은 자연스럽게 이들 상품의 실질가격 유지를 위한 달러 표시 명목가격의 상승으로 귀결된다. 이러한 상품수요가 달러 캐리 트레이드에 의한 자금조달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면 그것은 달러 약세가 상품가격 상승을 야기하는 과정을 보다 뚜렷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그림 11> 참조). 




Ⅲ.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향방 및 시사점

달러 캐리 트레이드는 미국의 초저금리와 양적 완화 정책, 즉 금융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예외적인 대응방식을 강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특수한 경우에 속한다. 따라서 캐리 트레이드를 유발한 요인들이 일본의 경우처럼 향후 수년 동안에 걸쳐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 저금리 및 유동성 확대 정책만 보더라도 그러한 정책을 지속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출구전략의 구사 시기와 구체적인 방안. 단계 등에 대한 고려도 동시에 저울질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장은 미국의 경제상황 호전 여부에 따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인상 결정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향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히고 있다. 미국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에 내재된 금리인상 확률을 보면, 최근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다소 늦춰지는 시장기대의 변화가 감지된다. 내년 3월에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 정책금리가 현재 수준보다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는 기대가 지난 8월 말에 86.3%에서 10월 말에는 31.8%로 크게 감소한 반면, 현재 수준을 유지하거나 심지어는 더 낮출 수도 있을 것(현재의 0~0.25% 범위에서 0% 또는 0.25%보다 낮은 수준으로의 인하를 의미)이라는 기대는 8월말의 13.7%에서 68.2%로 크게 높아졌다(<그림 12> 참조). 이는 현재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내년 또는 그 이후까지 재정지출을 계속해서 늘려 나가기가 어려워 정책효과가 감소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 금융의 부실과 같은 불안요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성장률 하락 요인을 기업 등 민간부문의 투자와 소비 증가가 성공적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조기 청산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통화의 증가속도와 실물경제의 활동 정도간의 격차를 의미하는 초과유동성의 증가세가 정점을 지나 둔화 조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그림 13> 참조). 현재의 저금리 정책이 당분간 지속되더라도 향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초과유동성증가율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최근의 분위기 변화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책금리의 인상 시기 또한 여전히 유동적으로 남아 있다. 앞에서 언급한 연방기금금리 선물 가격에 따르면, 금융시장에서는 내년 2분기 중으로 금리 인상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현재 나타나는 글로벌 캐리 트레이드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듯하다. 미국 이외의 나라에서도 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조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이외에도 정책금리가 1%를 하회하는 나라들은 일본, 영국, 캐나다, 스위스 등 모두 8개 나라에 이른다. 이들 나라와 미국의 경기회복 속도를 감안할 때,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가, 이를테면 유로지역이나 일본에 비해 늦을 것으로 예상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경제의 회복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이후 국가간 금리 차는 더욱 벌어질 수도 있다. 즉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줄어들게 되면, 그 대신 파운드화나 스위스프랑 같은 대체통화에 의한 캐리 트레이드가 출현할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충분하다. 특히 일본 엔화의 경우 내년 이후에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기 어려워 현재의 달러화에 이은 과도기적인 조달 통화들을 제외했을 때 끝까지 조달통화의 위치에 머무르게 될 가능성이 크다(<그림 14> 참조). 이 경우 캐리 트레이드 위축으로 인한 금융시장 불안정 요인은 줄어들겠지만 주요 통화간의 국제환율 흐름은 그 방향이 크게 바뀔 수도 있다.




우리경제에 미치는 영향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은 올해 들어 우리나라에도 상당 부분 유입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의 금리 수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전반적으로 높은 편인 데다, 특히 경제의 펀더멘탈에 비해 원화환율이 과도한 불안국면을 겪었기 때문에 상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에 대한 방향성도 비교적 뚜렷했다. 그 결과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 등 여타 자산시장에서도 환 헤지 수요를 동반하지 않은 캐리성 자금이 유입되었으며,  원/달러 환율의 하락 폭을 확대시키면서 외환시장의 안정과 회복에 일조했다(<그림 15> 참조). 2008년 한해 동안 412억 달러 순유출을 기록한 외국인의 주식투자자금은 올해 들어 지난 9월까지는 212억 달러 순유입 흐름을 나타내고 있으며 외국인의 채권투자자금도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원화환율의 과도한 하락은 수출경쟁력의 저하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물론 달러화 약세 요인이 환율의 하락세를 주도하는 경우에는 다른 경쟁국가들의 통화도 비슷한 정도로 강세를 나타내는 상황이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의 저하가 환율의 하락속도보다 크지 않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교역 상대국가의 분포를 감안할 때 달러화 결제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수출경쟁력의 저하가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일어날 수도 있다. 



문제는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유출입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다. 캐리 자금의 유입은 우리나라 주식이나 채권 등에 대해 환차익까지 염두에 둔 투기적 수요가 가세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자산시장에서 외국인의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자산가격의 상승폭도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캐리 청산, 또는 조달통화의 급격한 교체 과정에서는 반대로 금융시장의 불안 양상을 경험할 수도 있다. 아직 금융위기의 파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캐리 트레이드의 운용통화, 즉 국내에서는 원화 및 그 자산을 팔고 달러를 보유, 매수하는 포지션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경우 달러화는 강세를 나타내면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통화스왑 금리가 급락하는 등 외화자금시장이 크게 악화될 수도 있다. 특히 2009년 들어 해외로부터의 자금조달이 재개되면서 대외채무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데, 그러한 부분이 달러 캐리 트레이드 청산 시에는 충격과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확대 또는 청산 문제는 우리경제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외생변수에 해당한다. 따라서 그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일정 부분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캐리 트레이드의 변화가 야기할 수도 있는 자산시장의 과열양상에 대한 관리감독을 지속하면서 외화부채에 대한 관리능력을 제고시켜나가는 한편,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혼란이 해외로부터 전염되지 않도록 국제적 공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끝>



Source : LG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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