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1일 금요일

지자체에 필요한 건 호화청사가 아니라 시민에 대한 관심


지자체에 필요한 건 호화청사가 아니라 시민에 대한 관심



언젠가 일본의 도쿄도청에 대한 방송을 본 적이 있습니다.


대규모로 지어진 이 건물은 시민에 대한 무료개방과 각종 서비스를 제공해 시민들의 휴식공간이 되었고 지역의 랜드마크로서 관광명소가 되어 사랑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최근에 우리나라의 지자체들도 공공디자인을 표방하면서 심지어 그럴 여유가 있나 싶은 지역에서도 도쿄도청이 부럽지 않은 거대한 청사를 짓는데 앞장서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거대하고 화려한 청사를 지어 시민의 편의와 자긍심이 높아지고 직원들의 업무효율이 높아지며 건물을 잘 활용해 지자체 재정이 안정된다면 그리 문제 삼을 일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지자체장의 위신이 서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문제는 이러한 대형 건축물이 공공디자인이라는 미명하에 활용성이나 시민편의와는 크게 상관없이 지자체장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진행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는데 있습니다.


얼마 전 천정이 무너졌지만 다행히 주말이라 문을 닫아 외부인이 없어 다친 사람이 없었다는 한 구청의 이야기는 다행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만큼 정작 시민들의 활용이 극대화 되어야 할 주말에 건물을 놀리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죠.


아닌 곳도 있겠지만 많은 사례가 누가 봐도 단지 지자체장과 직원, 시군구의원의 체면과 공적을 위해 세금을 쏟아 부었을 가능성이 크고, 정작 문제는 이런 일들이 주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는데 있습니다.


물론 그걸 보고 뿌듯하네 하고 느낀다면 어쩔 수 없지만 건물 짓느라 사용된 세금이 내 아이의 양육비로 지원되었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뿌듯하기만 할까 의심스럽습니다.


옛 부터 관이 흥청거리며 기와를 높이는데 주력하는 시기에 백성이 마음 편히 산 적이 없습니다.


이런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민 개개인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의식과 비판적인 시각을 기르는 방법밖에 없어 보입니다.






[특집]호화청사,‘국민의 눈’ 무서운 줄 모른다
(위클리경향)

 

ㆍ지자체 신축 공사에 세금 쏟아 부어… 수천억 원짜리 건물 활용도도 의문


 

호화 청사 논란이 뜨겁다. 주민의 세금으로 그들만의 아방궁을 지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호화 청사 도마에 오른 지자체 신청사 모습. 위부터 성남시청, 용인시청, 관악구청, 금천구청



진시황의 아방궁은 호화 궁전으로 무소불위의 권력, 향락과 사치의 상징물이다. 동서로 700m, 남북으로 120m에 이르는 2층의 건물로 동시에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거대 궁전이었다. 그러나 아방궁은 패망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후생이라는 유생이 "지난날 뛰어난 왕들은 음식은 배부르면 족한 것이요, 의복은 따뜻하면 족하고 궁은 살 만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 때문에 위로는 하늘로부터, 아래로는 백성들로부터 버림받지 않았던 것"이라고 왕에게 간언했지만 이미 형세는 기울었고, 패망의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화려한 신청사가 우후죽순처럼 솟아나고 있다. 논란은 용인시청에서 출발해 성남시청이 도마에 올랐고, 신축중인 용산구청이 대기 중이다. 일반 사기업에서야 제 돈 벌어 제 집 화려하게 짓는 데에 가타부타할 일이 없지만 지자체의 청사는 주민의 세금으로 만든 것이다. 초현대식 유리빌딩에 돈을 퍼붓느라 복지는 뒷전이다. 더 큰 문제는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신청사가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개발과 건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아야 할 내용이다.

"우리가 어떤 설명을 하더라도 비판적 기사를 쓸 것 아닙니까? 때릴 작정으로 몽둥이를 들고 온 사람에게 변명해 봐야 뭐합니까. 우리는 당분간 입이 있어도 말을 않고, 귀가 있어도 듣지 않을 것입니다."

12월 1일 "성남시청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호화 청사인지 아닌지 보고 싶다. 시청 측의 해명을 충분히 반영하겠다"는 < Weekly 경향 > 의 취재 의뢰에 전화가 서너 번 돌려지더니 한 팀장급 인사가 한숨을 내쉬며 뱉은 말이다. 호화 신청사가 도마 위에 올라 언론에 몰매를 맞은 탓이겠지만 다분히 '이왕 지어진 것 이제 와서 어쩔 거냐'는 투였다.



호텔·컨벤션센터 따라 외관은 '유리벽'

'아방궁' '돈방궁' '성남궁' '스텔스 청사' '삽질 청사'. 4년 전 1974억원을 들여 호화 청사를 짓는다고 하여 '용인궁'이라는 호된 비판을 받은 용인시청보다 무려 1250억원이나 많은 3222억원을 들여 성남시청이 신축됐다. 지하 2층, 지상 9층에 연면적 7만4452㎡(약 2만2300평)에 이르는 규모이다. 연면적만 살펴보면 인구가 12배에 이르는 서울시의 신청사(7만2450㎡)와 비슷한 규모다.

성남시 신청사가 '호화 청사' 논란에 빠지면서 최근 신축된 지자체 청사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지난 1995년 지자제가 본격 실시된 이후 신축된 지방 청사는 59개. 이 가운데 건축비와 토지보상비를 포함해 1000억원을 거뜬히 넘어선 청사가 수두룩하지만 효율적인 운영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호화 청사의 '원조'로 통하는 곳은 경기 용인시청이다. 2005년에 완공된 용인시 '문화복지행정타운'은 총 건축면적이 7만9572㎡(2만4000평) 규모다.


총 사업비는 1974억원(건축비 1656억원 포함)으로 성남시 청사와 비슷한 규모지만 시유지를 용지로 활용해 토지 매입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 전북도는 1691억원을 들여 2005년 6월 총 건축면적 8만5316㎡(2만5800평) 규모의 대형 청사를 지었다. 같은 해 문을 연 전남도도 7만9305㎡(2만4000평) 규모의 1667억원짜리 신청사를 건립했다. 강원 원주시(999억원), 경북 포항시(895억원), 서울 관악구(882억원)도 2007년에 나란히 800억∼900억원대 신청사를 지어 논란이 됐다. 지난해 10월에 개청한 서울시 금천구 신청사도 건축에 1178억원을 들여 "재정자립도는 꼴찌면서 구청은 호화"라는 비난을 샀다.

논란이 된 지자체 청사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외벽을 대형 통유리로 장식했다는 것이다. 한 종합건축사무소 김 모 대표는 "햇빛을 차단하는 컬러 복층 유리와 알루미늄 패널, 무반사 지붕 패널을 외부 마감재로 사용하는 게 요즘 고급 건물의 추세"라면서 "마치 호텔이나 컨벤션센터와 같은 현대적 감각을 최대한 살릴 수 있기 때문에 최근 공공기관시설 건축에 애용되는 사양"이라고 말했다. 또 최근엔 조달을 통해 설계부터 공사까지 한 번에 발주하는 턴키 방식으로 청사를 짓다 보니 비슷한 청사가 많이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대형 통유리 외벽은 에너지 효율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 건물 외부 벽체가 유리이기 때문에 냉·난방시 일반 빌딩에 비해 과다한 에너지 낭비를 부를 수밖에 없다는 것. 김 대표는 "겨울철에 밖의 찬 공기로 인해 유리가 차가워짐에 따라 내부 공기가 식으면서 가라앉는 '콜드 드래프트' 현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유리에 달라붙는 찬 공기를 다시 데우기 위해 다른 벽체 건물보다 두 배 정도 많이 난방에너지가 소비된다"면서 "여름철에도 직사광 탓에 다른 건물보다 5도 이상 온도가 높아 냉방을 더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명주 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유리를 통해 태양복사열이 실내로 투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실내에 블라인드나 커튼을 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실내 조도가 떨어져 조명을 더 사용하게 되는 등 에너지 소비량이 오히려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건축기술이 발달한 일본, 독일의 경우 공공건물에는 유리 공법을 잘 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시의회의 김시중 의원은 "시민들이 주로 사용하는 공간이라면 투자를 많이 해 고급스럽게 지어도 좋다고 보지만 공무원 업무 공간이라면 실용성과 효율성에 맞춰 지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특히 최근 지어지는 지자체 신청사 대부분이 유리벽면 시공으로, 미래형 건물이라면 친환경·친에너지 건물이어야 하지 않나"고 반문했다.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황성현 간사도 "내년도 성남시 예산 가운데 신청사 유지관리비로 54억5300만원이 잡혀 있는 가운데 전기요금만 14억원이 넘는다"면서 "이런 통유리 건물을 지을 때 이미 예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는 관악구나 금천구 청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직원에겐 '호텔급', 주민 시설은 부족

최근 호화 청사 논란에 오른 성남시 신청사 로비 전경. 3222억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갔다. <연합뉴스>


외관에 신경을 쓰다 보니 공간의 효율적 배치도 상당히 미흡하다. 관악구의회 서윤기 의원은 "관악구 신청사는
관악산을 배경으로 하여 배가 출항하는 모습을 하고 있다"면서 "건물 자체가 뾰족한 모양을 하다 보니 '죽은' 공간이 상당히 많다"고 밝혔다. 게다가 유리벽을 통한 자연광 채광을 염두에 둔 설계여서 복도가 필요 이상으로 넓다. 금천구의회 서복성 의원도 "금천구 신청사는 마치 돌탑을 쌓듯 기하학적 디자인"이라면서 "네모 반듯하게 올리면 더 많은 공간이 확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스 전투기'를 본뜬 성남시 신청사 역시 좌우 날개 부분 4~9층이 사무공간이고, 중앙은 4~9층이 뚫려 있다.

신청사가 철저하게 직원들 위주로 설계·건축된 것도 문제다. 특히 단체장실의 규모와 시설은 일반인의 개념을 뛰어넘는다. 성남시 이대엽 시장의 집무실도 건물의 제일 꼭대기 층에 학교 교실 4개 정도 넓이를 차지하고 있고, 전용 엘리베이터까지 설치해 놓았다. 성남시는 "화장실과 내실을 합쳐 130㎡(39평)로 결코 크지 않고 규격에 맞게 지었다"고 주장하지만 비서실, 탕비실, 접견실 등 부속공간을 합치면 시장실 전체 면적은 282㎡(85평)로 크게 늘어난다. 비서실 옆 '고충처리민원실'까지 합하면 400㎡(120평)에 육박한다.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에 따르면 지자체들이 행정안전부의 청사표준설계면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지나치게 크게 신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대도시 청사의 지자체장 집무실 면적 기준은 132㎡이지만 10개 지자체의 평균 집무실 면적은 223.74㎡나 되고 250㎡가 넘는 지자체도 3곳이나 된다. 중소도시·군·구의 경우에도 단체장 집무실 표준면적은 99㎡이지만 거의 모든 지자체가 표준면적을 크게 넘고 있다"면서 "중앙부처 장관실 평균(165㎡), 국회의원실(82㎡), 대기업 계열사 사장실(66㎡), 초·중·고 교실(66㎡)을 감안할 때 지자체장 집무실의 크기가 지나치게 넓다"고 지적했다. 행정청사 1인당 면적을 살펴봤을 때 민선 이후 신청사 공무원 1인당 면적은 평균 36.95㎡로 민선 이전의 20㎡보다 2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에 반해 설계 당시부터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성남시 신청사의 경우 9층 여자 장애인화장실은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는 안내 문구 없이 창고로 사용되고 있고, 대강당 단상에는 경사로가 아니라 계단을 설치해 장애인 접근이 불가능하다. 최근엔 지자체 홍보관도 신청사 건축시 옵션이다. 성남시는 신청사 2층의 절반인 818.39㎡ 면적에 시정홍보관을 마련했다. 이는 대강당(1층·583.36㎡)과 로비(788.94㎡)보다 규모가 크다. 용인시청 역시 1층 419㎡ 면적에 홍보부스를 설치했고, 2·3층 로비 난간에도 시와 시장의 각종 수상 내역을 홍보하는 부스를 만들어 놓았다.

호화 청사를 짓는데 한 몫 했을 지방의원들에 대한 '배려'도 곳곳에서 보인다. 성남시 신청사에 있는 시의회의 경우 의원 개인사무실이 제공됐고, 시의원을 위한 체력단련실이 별도로 마련했다. 의원마다 노트북이 제공됐지만 의원 개인사무실엔 데스크톱 컴퓨터가 제공됐고, 검은색 벽걸이형 평면TV가 설치됐다. 10여 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 또한 필요성에 의문을 낳는다. 황 간사는 "성남시의회엔 빈 공간이 많다"면서 "지난 4년 임기동안 네 번밖에 열리지 않은 윤리위원회실을 따로 만들어 놓았고, 위원장 방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는 관악구나 금천구 역시 마찬가지다. 관악구의 경우 의원들이 2인1실로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용률은 극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 또한 9명의 구의원 모두에게 개인 사무실이 제공됐다.

의회의 면적은 늘었으나 시민들이 참여할 공간은 구청사 시절보다 줄었다. 성남시 신청사와 관악구 신청사 의회 방청석에선 의원석이 보이지 않아 방청인들의 감시·견제·방청권이 차단돼 있다. 방청석 자체도 상당히 좁다. 최근 성남시의회는 시민들이 요청한 상임위 방청 허가에 대해 "상임위 회의실에 별도로 방청석이 마련돼 있지 않아 방청이 곤란하다"며 거부했다.



지자체 부랴부랴 '공간 돌려주기' 나서

성남시청발 '호화 청사' 논란으로 그동안 호화 논란을 빚은 지자체는 신축 청사를 주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거나 증축 계획을 중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용인시청은 회의실 등 일부 공간을 시민예식장, 노인복지센터, 청소년시설로 개방하고 있다. 전북도 역시 호화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자 최근 지나치게 규모가 크다는 지적을 받은 도지사 집무실을 접견실과 바꿔 사용하고 있다. 강릉시도 지난해 15~16층 전체를 임대하고 국장실도 모두 없애는 대신 남는 공간을 시민도서관과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꿨고, 호화 청사 도마에 오른 원주시와 광주광역시 등도 여론을 살피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마디로 내년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몸을 사리는 모양새다.

'공공 공간 만들기'의 본산인 뉴욕 PPS의 신시아 니키틴 부회장은 "공공디자인은 예쁘고 알록달록한 건물만 많이 짓는 일이 아니다"면서 "새로 구성한 건물이나 공간을 사람들이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공공디자인 성패가 갈린다"고 말했다. 지방자치 15년 차, 대한민국 단체장과 의원들이 귀에 담아야 할 대목이다.

< 조득진 기자 chodj21@kyunghyang.com >


 

 

 작성자 청년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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