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14일 월요일

내년도 재정정책, 경기긴축적


내년도 재정정책, 경기긴축적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적자재정이 편성되었지만 재정충격지수로 본 2010년 예산안의 정책기조는 올해 본예산 및 추경예산 대비 모두 경기긴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한해 동안 재정정책에는 유례없는 글로벌 경기침체로부터의 조속한 회복이라는 비교적 뚜렷한 경기안정화 목표가 존재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는 과감한 추경 편성, 감세 조치 등을 통해 逆성장으로부터의 탈출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방향이 빠른 수출 회복세, 유리한 환율 여건, 저유가 등과 결합되면서 조기에 경제성장률을 제고시키는 발판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10년에는 민간 부문의 자생력 회복 지원과 금번 위기로 크게 악화된 재정건전성의 중장기적 확보라는 모순적인 목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정정책 운용 환경이 올해보다 더 까다롭다고 할 수 있다. 이런 고민이 담겨있는 2010년 정부 예산안이 지난 9월 국무회의의 심의와 의결을 거친 후 현재 국회에서 심의 중이다(<그림 1> 참조).


일단 재정건전성 문제를 논의에서 제외한다면 2010년 정부예산안을 평가할 때 첫 번째 이슈는 경기팽창적인지, 아니면 긴축적인지 여부일 것이다. 세계 각국에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용불안, 가계부실 등 경기회복세를 제약하는 불안요인들이 아직 산재해 있다. 우리나라 또한 민간 부문의 고용부진, 원화 강세전환에 따른 수출둔화 가능성 등으로 내년 경제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재정의 적극적 역할이 내년 중에도 요구되는 가운데 예산안의 기조가 필요 이상으로 확장적이거나 긴축적이지는 않은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적자재정이 편성된 것이 경기변동의 결과인지,
재량적 정책에 따른 것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재정수지 적자폭은 감소

재정정책의 목표는 다양하고 복잡하여 그 효과를 측정하는 것이 어렵지만 경기안정화 기능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재정수지, 재정기조 지표 등을 활용해 경기확장, 긴축 여부를 판단해볼 수 있다. 먼저 재정수지를 통해 2010년 예산안의 기조를 파악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통합재정수지1)보다는 관리대상 재정수지2)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통합재정수지는 당해연도의 순수한 수입에서 순수한 지출을 차감하기 때문에 재정수지 적자 보전을 위한 보전수입 또는 흑자 처분을 위한 원금상환 등이 제외된다. 그러므로 재정 건전성을 판단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여기에 정부가 미래에 지급해야 하는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의 흑자가 포함되어 있어 연금 적립기에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흑자(적자) 규모가 과대(과소)평가된다는 단점이 있다.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흑자를 차감하므로 당장의 재정기조를 파악하는데 보다 더 적합하다. 

1) 통합재정수지는 당해연도의 순수한 수입에서 순수한 지출을 차감한 수치임. 수입은 경상수입+자본수입+융자 및 출자금 회수로, 지출은 경상지출+자본지출+융자 및 출자로 구성됨. 포괄범위는 일반회계와 18개의 특별회계, 49개의 기금(금융성 기금 및 외평기금은 제외)임.
2) 관리대상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 수지 흑자를 공제하고 공적자금 원금상환을 합산한 것임.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관리대상수지 적자 규모는 32조원(명목GDP 대비 -2.9%)으로 올해 본예산(-24.8조원, -2.4%)보다는 더 팽창적으로 편성되었으나 추경예산(-51조원, -4.9%)보다는 적자 규모가 줄어들었다. 재정수지가 균형일 때와 2010년 예산안을 비교한다면 경기부양 효과가 있는 것이지만, 지난 해의 추경 대비 진작 효과보다는 줄어드는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그림 2> 참조). 




2000년대 들어 자동안정화장치의 기능이
향상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재정충격지수로 본 재정기조 긴축적

재정정책 기조를 판단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재정기조 지표를 활용할 수도 있다. 재정수입과 지출 중에는 경기가 등락함에 따라 자동으로 늘거나 줄어드는 부분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경기가 하강하면 개인 소득의 감소나 기업 실적 악화로 정부의 재정수입인 소득세, 법인세가 줄어드는 반면 실업자수가 증가하고 사회취약계층이 확대되면서 실업급여와 같은 각종 사회보장지출이 늘게 된다. 따라서 정부가 의도적으로 재정수입을 줄이거나 지출을 늘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적자재정이 편성되려는 경향이 발생한다. 경기가 상승하는 국면에서는 물론 반대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처럼 경기변동에 따라 세수나 지출이 자동으로 변화하면서 경기 진폭을 완화시켜 주는 것을 자동안정화장치라고 한다(<그림 3> 참조). 따라서 적자재정이 편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경기변동에 따른 결과인지, 아니면 정부가 의도적으로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리거나 수입을 줄인 재량적 정책의 결과인지 식별하기 어렵다.

 


재정충격지수(Fiscal Impulse Indicator)

재정충격지수는 정부의 ‘재량적인’ 재정정책 운용에 따라 발생하는 재정수지 변동분의 명목GDP에 대한 비중으로 계산된다. 재정수지 중에서 자동안정화 기능에 따른 경기순환적 지출은 명목GDP 변화에 무관하고 잠재GDP 변화에만 의존하는 반면, 경기순환적 총수입은 실제 명목GDP 변화에 비례한다고 가정한다. 따라서 총수입이 명목GDP 변화에 비례해서 늘어나고 총지출이 잠재명목GDP 변화에만 비례한다면 재정정책의 기조는 기준시점과 비교하여 변화하지 않게 된다. 이렇게 구한 경기변동에 따른 수입과 지출을 전체 수지 변화에서 차감함으로써 남는 부분이 바로 재량적인 재정수지 변동분이다. 이를 명목GDP로 나눈 값이 재정충격지수가 되는데 양(+)의 값을 갖는 경우 전기에 비해 재량적 재정정책이 경기 팽창적인 것으로, 음(-)의 값을 갖는 경우 경기긴축적인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FI = [(△G-△T)-(go△Yp-to△Y)]÷Y

G: 정부지출 T: 정부수입 Yp: 잠재명목GDP Y: 명목GDP

go: 기준년도의 명목GDP 대비 정부지출의 비중

to : 기준년도의 명목GDP 대비 정부수입의 비중

△G-△T: 실제 재정수지 증가분

go△Yp-to△Y: 자동안정화기능에 따른 재정수지 증가분

주 : 기준년도는 Yp와 Y의 격차가 가장 작은 연도로 설정. 잠재명목GDP는 Hodrick-Prescott Filtering으로 추정
 

 



2010년 예산안은 올해 본예산 및 추경예산 대비
모두 경기긴축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자동안정화장치가 얼마나 경기변동에 잘 대응했는지를 간단히 계산해본 결과, 1990년대에는 자동안정화장치의 명목GDP갭 대비 비율이 -10.0%였으나 2000년대에는 -14.4%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즉 2000년대에는 GDP갭이 1만큼 발생했을 때 자동안정화 장치에 따른 정부부문의 수요가 -0.14만큼 떨어져 그만큼 경기의 진폭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보장제도 등이 확충됨에 따라 재정정책의 자동안정화기능이 제고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개발한 재정충격지수(Fiscal Impulse Indicator)는 이러한 자동안정화장치 작동에 따른 경기순환적인 재정수지 증감을 제거함으로써 정부가 의도한, 즉 ‘재량적인’ 정책의 기조가 어떠한지를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 중 하나이다(<박스기사> 참조). 이 재정충격지수를 활용하여 정부정책의 재량적 기조를 평가해보면, 2009년의 본예산은 2008년에 비해 1.5로 팽창적이었으며 추경예산은 경제위기에 대응한 정부의 과감한 재정지출 확대로 3.0을 기록,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내었다. 즉 2008년에 비해 늘어난 2009년 추경예산의 재량적 재정수지 규모가 명목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이르렀다는 의미이다. 반면 2010년의 예산안은 올해 추경예산 대비 -1.6, 본예산 대비 -0.3으로 추경뿐 아니라 본예산과 비교했을 경우에도 경기긴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1> 참조). 


이처럼 2010년 예산안의 기조가 긴축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경제위기 과정에서 크게 증가했던 지출 규모를 정상화시키고 세입 등 총수입 증대를 통해 재정건전화도 함께 고려하려는 정책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만일 올해 추경 대비 경기확장적 효과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최소 18조원 이상, 본예산 대비로는 3조원 이상에 달하는 재원이 더 소요되어야만 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내년 재량적 재정지출의 올해 대비 증가분이 마이너스이기 때
문에 성장률 제고 효과가 음(-)이 될 것이다
.



재량적 지출의 성장기여도 마이너스

내년도 정부지출의 규모가 2009년 추경예산에 비해 줄어들 뿐 아니라 재량적 관점에서의 재정수지 증가분 또한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때문에 2010년 재정의 성장기여도는 음(-)이 될 전망이다. 재량적 재정지출이 성장률을 얼마나 제고하는지, 혹은 떨어뜨리는지는 정부지출과 수입, GDP로 구성된 벡터자기회귀모형(VAR, Vector Autoregressive Model)을 추정한 후 재정지출 1%p 증가에 따른 GDP의 충격반응함수(Impulse Response Function)를 구해봄으로써 확인할 수 있다(<그림 4> 참조).


그 결과 2009년의 본예산과 추경예산에 따른 재량적 지출 증가분이 성장률을 각각 0.80%p, 1.46%p만큼 늘린 반면, 2010년 예산안에 따른 재량적 지출 증가분은 2009년 본예산 대비로는 -0.27%p, 추경 대비로는 -0.93%p씩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되었다(<표 2> 참조). 


세계경제 상승세와 우리 민간부문의 회복 추이 유심히 살펴야

2010년 재정운용 목표에는 성급한 긴축정책으로의 선회보다는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지속하겠다는 내용이 잘 표현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2013년 이후 균형재정 달성을 함께 고민하려는 의지 또한 엿보인다. 어떤 의미에서는 적자 기조로 예산안을 편성하면서도 경기 침체로 인해 발생하는 재정 악화 요인을 감안하여 재정의 출구전략을 일정 부분 반영시키기 시작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재정충격지수로 판단한 내년도 예산안은 그렇게 경기확장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긴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재량적 재정정책의 국민소득 제고 효과도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기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세수가 증가하고 재정건전화가 진행되면 다행이겠지만 내년도 세계경제의 회복세가 더뎌지고 우리 경제에서 정부정책의 효과가 민간부문으로 완연히 이전되지 않는다면 추경 예산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Source
: LG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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