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3일 화요일

G13 LED 조명시대가 온다

 

[G13 LED 조명시대가 온다]

 

 

공공기관, 직관형 형광등이 44.7%

 

 

 

지난 2008년, 정부는 각 지방자치단체가 사용하고 남은 예산을 투입해 공공기관에 설치된 백열등·할로겐 램프를 고효율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이 프로젝트는 이듬해 2월까지 진행됐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공공기관들이 에너지 효율이 낮다는 이유로 이미 백열등·할로겐 조명을 대부분 퇴출시킨 탓이다. 고효율 조명으로 바꾸려 해도 교체할 대상이 없었던 셈이다.

 

현재 공공 조명의 절반 이상은 직관형(G13베이스·사진) 형광등이다. 이 때문에 G13베이스 형광등 대체형 LED 조명을 개발·보급해야 국내 LED 조명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G13베이스 LED 조명 시장 전망과 과제를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상용 조명 절반이 ‘G13베이스

G13베이스 형광등은 일명 ‘튜브형’ 형광등으로 불린다. 가정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길쭉한 모양의 램프다. 조명 양끝에 달려 있는 뾰족한 전극 사이의 거리가 13㎜라는 의미에서 국제적으로 G13베이스라 통용된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2008년 실시한 ‘조명기기 보급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설치된 조명은 총 8억8500만개로 그 중 3억9500만개가 G13베이스 형광등이다. 약 44.7%에 육박한다. 국내 조명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G13베이스 형광등이 LED 조명으로 대체될 경우 LED 시장 창출 효과가 어느 제품보다 클 것으로 기대된다.

 

에너지 효율면에서도 기존 형광등보다 G13베이스 LED 조명이 유리하다. 형광등의 와트(W)당 광속(㏐)이 100㏐/W 안팎으로 정체된 반면, LED는 향후 2년 내에 160∼170㏐/W까지 개선될 전망이다. G13베이스 LED 조명이 고효율 조명의 대표 솔루션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은 것이다.

 

조명문화가 비슷한 중국·일본이 G13베이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수출길이 넓다는 점도 장점이다.

 

김영오 한국조명기술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LED 패키지 광효율이 120∼140㏐/W까지 향상되면서 상용 LED 조명 완제품 광효율은 기존 형광등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LED 업계, 관련 제품 개발 ‘잰걸음

G13베이스 LED 조명이 성장할 것을 예상한 LED 조명 업계는 이미 2000년 초반부터 관련 제품 개발에 매진했다. 기존 재래식 조명 기업은 물론 신생 LED 업체들까지 대거 G13베이스 LED 조명을 잇따라 개발했다. 우리나라처럼 형광등 사용 비율이 높은 일본 시장도 적극적으로 공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김기호 LED보급협회장은 “백열등·할로겐 등이 이미 시장에서 대부분 퇴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 남은 것은 G13베이스 형광등”이라며 “세계적으로 관련 제품 개발이 늦어지고 있어 한 발 앞서 보급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KS 제정 놓고 곳곳서 잡음

하지만 최근 정부가 G13베이스 LED 조명에 대한 한국산업규격(KS) 제정을 추진하면서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표준 제정에 나선 기술표준원(기표원)이 G13베이스 LED 조명 기술 중 하나인 ‘안정기 호환형’ 제품에 한해서만 KS를 제정키로 사실상 결정했기 때문이다. 기표원은 이르면 다음달 KS 표준안을 예고 고시한 후 오는 5월께 최종 기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안정기 호환형 제품은 기존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형광등 시스템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다. 반면 광효율·안정기 호환성 측면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KS 제정에서 배제된 ‘스위칭모드전원공급장치(SMPS) 외장형’ 업계는 단체행동까지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SMPS 외장형 업계 관계자는 “안정기 호환형 제품이 비록 편리하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효율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불리한 점이 많아 KS 단독 표준으로는 부적합하다”며 “정부가 이러한 점은 고려하지 않고 호환형만을 KS 인증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S 제정, SMPS방식 합의부터

 

#이달 초, 한 발광다이오드(LED) 전문 카페에서는 직관형 형광등(G13베이스) 대체 LED 조명 한국산업규격(KS) 제정 방식을 놓고 온라인 투표가 진행됐다. G13베이스 LED 조명 구현 기술인 ‘스위칭모드전원공급장치(SMPS) 외장형’ ‘SMPS 내장형’ ‘호환형’ 중 어떤 것을 국가 표준으로 선정해야 LED 산업 발전에 기여할 것인지를 묻는 설문조사였다.

 

투표 보름이 지난 현재, 전체 설문 응답자 223명 중 70%인 156명이 SMPS 외장형을 국가 표준으로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카페 회원만을 대상으로 한 간이조사였지만 최근 정부가 호환형으로 가닥을 잡은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된 셈이다.

 

G13베이스 대체 LED 조명 KS 제정을 놓고 정부·업계 관계자들 의견 대립이 심각하다. G13베이스 LED 조명 주요 기술인 SMPS 외장형·호환형 업체들이 제각각 표준 제정을 주장하는 한편, 정부는 호환형에 대해서만 KS 마련을 추진하면서다. 이 때문에 반대 기술에 대한 비방은 물론 감정싸움까지 격해지는 양상이다. 업계는 양측이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공정한 기술평가를 통해 표준 제정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 기술표준원, 호환형으로 가닥

양측간 공방의 발단은 기술표준원(기표원)이 호환형에 대해서만 KS 표준 제정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부터다. 기표원은 호환형 제품이 기존 전자식 안정기를 기반으로 한 형광등 시스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워 표준 제정 대상으로 사실상 낙점했다. 반면 SMPS 외장형 제품은 LED 조명과 별도로 SMPS를 따로 설치해야 한다.

 

등기구 1개당 5000∼1만원 정도의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일반소비자들이 SMPS 외장형 제품을 사서 가정내에 그냥 설치할 경우 점등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KS 마크만 보고 구매했는데 불이 들어오지 않을 경우 KS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표준제정을 추진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 SMPS 외장형 업체, “호환형, 에너지 효율 떨어져”

이에 대해 SMPS 외장형 업체들은 호환형 제품이 에너지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LED 조명으로써의 장점을 살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호환형 제품은 램프 안에 ‘교류-직류 인버터’가 별도로 들어가는 탓에 에너지 효율이 낮다”며 “경우에 따라 일반 형광등보다 에너지 효율이 저하될 수도 있어 LED 조명 표준으로 삼기에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최근 SMPS 외장형 업체들이 모여 실시한 간이 조사에서는 호환형 제품 전력효율이 1와트(W)당 72루멘(㏐) 수준으로 낮게 측정되기도 했다.

 

 

◇ 기술적 쟁점 합의 우선 되야

양측간 의견이 한 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그리는 것은 아직 상호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표준 제정의 핵심이 되는 에너지 효율이나 안전성 부문에서 서로 근거로 제시하는 측정 데이터 자체가 다르다. SMPS 외장형·호환형 모두 사실관계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하다 보니 서로에 대한 비방만 난무한다. 업계 관계자는 “KS제정 이전에 기술표준원·학계·연구소·업계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기술 평가회의가 마련돼 객관적인 테스트가 이뤄져야 한다”며 “실험결과가 나오면 양 진영 모두 수용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석현기자 ahngij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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