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9일 수요일

불안한 디레버리지 현상 가시화, 과연 단기적일까


불안한 디레버리지 현상 가시화, 과연 단기적일까



지난 금융위기 이후 일부 기관 등에서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 은퇴와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구조변화와 수요감소, 디레버리지 등의 가능성을 이야기 해 왔지만, 성장일변도의 정부나 일부 업자들에 의해 이런 논리가 애써 무시되어온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처럼 고용과 소득에 대한 미래 불안이 커지면 투자보다는 가계저축이 늘어나고 소비가 줄어든다는 것은 이미 미국과 일본 등 많은 사례를 통해 설명한 바 있습니다.


2009. 08 미국, 소비 회복은 15년 후에나? 가계소득 감소 지속



외부환경과 상관없이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이런 변화가 여전히 경기침체의 영향이려니 생각하는 정부수뇌부의 생각이 변하지 않으면 향후 잠재성장률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상황이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습니다.
 


2009. 12 '고용'과 젊은 층의 '주택구입능력' 감소가 주는 의미






디레버리징 시대…한국은 부채 다이어트 중
(매일경제)


마땅한 투자처 없고 베이비붐 세대 은퇴시작 겹쳐

자산 건전성은 개선되지만 경제활력 줄어들 우려도

 


 

 

 

서울 곳곳에 건물을 여러 채 갖고 있는 P씨는 최근 잘 알고 지내던 은행 지점장을 찾았다. 건물 가운데 일부를 팔아 은행 빚을 갚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이에 대해 은행 지점장은 몇 번이나 만류했지만 P씨는 말을 듣지 않았다. 자식들에게 빚 없이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더 떨어지기 전에 대출을 정리해야겠다는 것이다.

 

디레버리징(deleveragingㆍ부채축소)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 경제는 2008년 말 이후 본격화된 금융위기 기간에도 디레버리징 현상이 뚜렷하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계층에서는 빚이 늘어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양상이 달라지고 있다. 은행권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빚을 갚는 고객들 때문에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 같은 현상에 따라 경제 안정성은 높아지는 반면 활력이 떨어지고 시중은행 성장이 정체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자산 성장 목표 8%에 실적은 0%

= 빚을 갚는 고객 행렬이 은행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은행 지점장은 "수십 년간 거래해오던 고객 중에서도 빚을 갚고 싶다고 연락해오기도 한다"며 "우량 고객들이 속속 이탈하고 있어 실적 유지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이후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4대 시중은행 자산 추이를 보면 모두 감소세를 나타낸다. 국민은행은 자산과 대출 자산이 각각 2009년 1분기 266조4000억원, 204조9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에는 259조9000억원, 196조4000억원으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은행권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 시중은행은 올해 자산 성장률 목표를 8%로 잡았지만 5월 말을 기준으로 자산이 전혀 증가하지 않고 있다. 다른 은행은 올해 자산 성장 목표를 물가상승률에 경제성장률을 더한 수치로 설정했지만 이 은행 역시 정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모 시중은행장은 "과거에는 은행 자산성장률이 경제성장률보다 높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뒤바뀌었다"며 "국외 진출에서 성과를 내지 않는 한 당분간 자산이 늘지 않는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부동산 가격 하락도 한 요인


= 은행권은 이 같은 현상이 벌어진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는 베이비붐 세대 은퇴다. 이들이 은퇴를 기점으로 경제활동 기간에 얻었던 빚을 상환하면서 디레버리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은퇴 시점이 경기침체 시기와 맞물린 것이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다.

 

공단 인근에 위치한 한 은행 지점장은 "최근 들어 지역에 공장 매물이 쌓이고 있다"며 "특별히 경영 상태가 어렵지 않은데도 앞으로 경기 상황이 불투명한 데다 자식들이 물려받기를 거부하는 등 이유로 사업을 정리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두 번째 요인은 부동산 가격 하락이다. 이는 1분기를 기점으로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다. 한 은행 지역 본부장은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신규 대출이 부진한 것은 물론 기존 대출 상환 요청까지 들어오고 있다"며 "여기에 마땅히 투자할 곳을 찾지 못하는 것도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황이 개선될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 금융안정 이면에 활력 감퇴 염려

= 은행들이 성장 정체 상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신규 대출 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하지만 경기 상황이 불투명해 무작정 대출을 늘리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걱정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현상에 주목하고 있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산 정체 흐름은 지난해부터 뚜렷했어야 하는데 중소기업 지원 정책에 따라 일부 대출이 확대되면서 늦어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흐름이 시장 안정과 은행 체질 개선에는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이 예금의 일정 비율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예대율을 규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디레버리징이 장기 추세로 자리 잡는다면 금융사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고 경제 활력도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은행이 성장과 수익 두 가지를 모두 이루기 위해서는 부실을 최소화한다는 전제 아래 대출이 꾸준히 늘어야 한다"며 "디레버리징 흐름이 지속되면 정체 상태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고 경제 전체적으로는 소비와 투자 활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 < 용어설명 >


디레버리징(deleverag-ingㆍ부채축소) : 차입을 확대하는 레버리징(leveraging)의 반대말로 빌린 부채를 축소하는 활동을 말한다.


[손일선 기자 / 박유연 기자 / 문지웅 기자]

 

 

작성자 청년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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