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6월 11일 금요일

석유 시장의 잠재적인 안전판

 

석유 시장의 잠재적인 안전판

Non-Conventional Oil

 

 

세계 석유 수요는 개도국의 빠른 경제 성장으로 지속 증가가 예상되는 반면 세계 석유 공급은 비OPEC의 생산 감소,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 지속으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의 개발에는 아직 넘어야 할 난관들이 많아 석유의 형태로 사용할 수 있는 비전통 석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비전통 석유(非傳統 石油, Non-Conventional Oil)는 원유 채굴과 같은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추출이 불가능했던 자원을 기술 발전과 채산성 개선에 힘입어 생산 가능하게 된 탄화수소를 함유한 에너지원이다. 비전통 석유는 원유 매장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막대한 매장량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개발이 부진했으나 채굴 기술의 발전과 유가 상승으로 인한 채산성의 개선으로 수질오염 등 환경문제에도 불구하고 캐나다 오일샌드를 중심으로 개발이 확대되고 있다. 채산성 측면에서는 초중질유가, 환경측면에서는 GTL이,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는 오일샌드가 유망한 비전통 석유로 평가된다.

 

향후 국제 석유시장에 미치는 비전통 석유의 파급력은 커질 전망이다. OPEC의 석유 공급 비중 확대는 앞으로 유가의 변동성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나 비전통 석유는 이 같은 영향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전통 석유는 기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아직 질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생산비용, 환경문제 등 해결과제가 남아 있다.

 

 

< 목 차 >

 

Ⅰ. 전통 석유의 수급 

Ⅱ. 비전통 석유의 잠재력 

Ⅲ. 비전통 석유, 유가 변동성 줄일 듯

 

 

최근 그리스발 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로 국제유가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석유 공급에 대한 중장기적인 우려는 지속되고 있다. IEA(국제에너지기구) 등 주요 에너지 기관과 Merrill Lynch 등 일부 투자은행들은 중장기적으로 석유 공급이 부족해 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욱이 영국 에너지 연구센터는 2009년 10월에 피크오일(Peak Oil; 석유 공급 증가의 한계)이 10년 내에 도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고성장이 계속되어 원유 부족 문제가 심각해질 경우에 대비하여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개발, 에너지 절약 등 다각적인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비전통 석유(非傳統 石油, Non-Conventional Oil)의 개발도 이러한 방안 중의 하나이다. 비전통 석유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석유 추출이 불가능했던 자원을 기술 발전과 채산성 확보에 힘입어 생산되는 탄화수소를 말한다.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가 아닌 에너지 자원이 석유의 형태로 사용되는 것이다. 

이하에서는 국제석유시장의 중장기 원유 수급 상황을 살펴보고 비전통 석유의 잠재력을 점검해 본다. 

 

 

 

Ⅰ. 전통 석유의 수급

 

IEA, EIA(미국에너지정보청) 등 주요 에너지 기관들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명목 가격으로 2010년에 배럴 당 85 달러(기관 평균값)에서 2015년에 103.7달러로 연평균 4.1%씩(2003년부터 5년간 WTI 기준으로 유가의 연평균 상승률은 26.3%) 완만하게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유가의 상승세가 완만히 나타나는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원유 공급 능력의 확대를 들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개발되던 신규 유전들이 지난해부터 생산을 개시하면서 원유 생산 능력이 확대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석유의 여유 생산 능력이 예전(2008년 7월, 세계 수요 대비 1.1%)과는 달리 크게 늘어나(2010년 4월, 세계 수요 대비 6.2%) 공급의 여력이 커져 국제유가 상승에 완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그림 1> 참조).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석유 수요의 감소, 원유 공급 능력 확대 등에 힘입은 석유 공급 상황의 여유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새로운 유전의 발견으로 원유 생산이 석유 수요 증가만큼 확대된다면 지금과 같은 여유로운 공급 상황이 장기적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에 반해 세계 원유 생산이 감소한다면 석유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 

 

장기 석유 수급을 수요와 공급으로 나눠서 예측해보기로 하자. 

 

 

1. 석유 수요 완만한 증가세

 

먼저 세계 석유 수요는 개도국 중심의 세계 경제 성장, 포스트 교토 체제의 불확실성, 신재생에너지의 파급 한계 등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앞으로 세계 경제는 중국, 인도 등 거대 개도국의 약진을 발판 삼아 중기적으로 3%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제는 소비 조정,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부담 등으로 인해 서브프라임 사태 발생 이전처럼 성장을 구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해 생산기지로 인식되던 개도국은 견실한 성장이 지속되어 연간 소득이 2만 달러를 넘는 인구가 2015년에는 8억 5천만 명으로 늘어나면서 선진국의 8억 명을 추월할 것으로 보이는 등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 성장으로 인한 소득 증가는 석유 수요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석유 수요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비화석 에너지 사용 확대를 목표로 둔 저탄소 녹색성장이 필요하다. 더욱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개도국도 적극 참여하는 국제공조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난 해 말 코펜하겐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못하고 폐막됨에 따라 저탄소 녹색성장의 국제공조 강화는 요원한 실정이다. 현재로서는 포스트 교토 체제가 각국이 제시하는 목표를 큰 수정 없이 채택하는 ‘포트 폴리오’ 접근 방식으로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저탄소 녹색성장이 선진국과 일부 개도국에 국한해 전개될 것으로 보여 개도국의 석유의존 성장 패턴이 크게 변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태양광 발전,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가 2020년대까지는 석유 수요를 크게 감소시킬 정도로 발전할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의 사용이 빠르게 늘어나고는 있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재정 건전성 문제, 유가의 안정세 등에 따라 중기적으로는 적극적인 정책 지원을 받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경우 태양광 발전 산업이 정부의 정책 지원으로 급성장하다가 지원이 줄고 유가가 급락하자 순식간에 위축된 경험이 있다(<그림 2> 참조). 태양광 발전이나 풍력 발전의 지속적인 생산비용 절감이 예상되지만 정책적 지원이 필요 없는 상황이 단기간에 도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신재생에너지가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 기존 에너지와 대비해 채산성을 확보)에 빨리 도달한다고 해도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발전 인프라 구축, 전기차 개발·보급 확대 등이 개도국에서도 이뤄져야 하는데 이는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바이오 연료의 경우도 식용작물 사용에 대한 논란과 작황상황에 따라 공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주된 석유 대체 에너지로 자리잡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세계 석유 수요 증가세가 소폭 둔화되겠지만 과거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힘들 전망이다. 개도국의 수요 확대에 영향을 받으면서 세계 석유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의 석유 수요는 저성장 속에서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의 영향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견실한 성장이 예상되는 개도국들은 빠른 인구 증가와 도시화로 인해 석유 수요 증가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IEA와 EIA는 향후 10년간 세계 석유 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을 각각 0.93%, 0.92%(과거 10년간 세계 석유 수요의 연평균 증가율은 1.04%)로 전망하고 있다(<그림 3> 참조). 

 

 

 

2. 비OPEC의 생산 한계와 중동의 지정학적 문제로 석유 공급 확대 둔화

 

세계 석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원유 생산 확대는 미진할 전망이다. 비OPEC이 피크오일에 도달하고 중동의 원유 생산 확대도 부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계 원유 생산의 60.7%를 차지하는 비OPEC의 원유(전통 석유) 생산은 기존 대형 유전의 원유 생산 감소세 가속화, 신규 대형 유전 발견의 부진 등으로 인해 피크오일에 조만간 도달할 전망이다. 이미 북해, 멕시코만의 원유생상은 2000년대 초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신규 대형 유전의 발견도 과거 1970년대 이전처럼 획기적으로 늘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그림 4> 참조). 기술 발전으로 탐사 성공률은 높아졌지만 오히려 대형 유전의 발견 실적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저유가와 신용경색으로 유전 개발 투자가 위축되면서 회수율 증진(EOR; Enhanced Oil Recorvery) 사업과 유전 탐사 사업이 축소되었다. 이에 따라 기존 노후화된 대형 유전의 생산 감소율이 7%(2008년에 4~5%로 추정)로 높아졌고 신규 대형 유전의 발견 가능성도 낮아지면서 중장기적으로는 비OPEC의 원유 생산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IEA 역시 피크에 도달한 비OPEC의 원유 생산이 조만간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며, EIA는 2020년대 초반까지 비OPEC의 원유 생산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OPEC은 풍부한 원유 매장량에도 불구하고 자원민족주의와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생산 확대가 순조롭지 않을 전망이다. OPEC의 원유 확인 매장량은 세계 전체 대비 76%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원유 생산 비중은 39.3%에 그치고 있다. 매장량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이유로는 일부 매장량 통계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데다 이들이 유전 개발과 원유 생산을 통제하면서 유가 상승을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자원민족주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다수 OPEC 회원국이 있는 중동 지역이 지정학적 불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원유 생산 능력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원유 확인 매장량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인 이란, 이라크가 내정 불안, 서방의 경제 제재 등으로 인해 노후화된 유전 및 신규 유전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란은 핵 문제로 인해 서방의 투자 제재가 강화될 전망이고 지난 3월에 총선을 치른 이라크는 새정부가 아직 출범하지 못한 채 폭탄 테러와 요인암살이 발생하는 등 정국이 불안한 상황이다. 

 

따라서 비OPEC의 원유 생산 감소와 OPEC의 더딘 원유 생산 확대로 인해 세계 원유 공급은 매우 느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IEA와 EIA도 2020년까지 연평균 원유 공급 증가율을 각각 0.2%, 0.4%로 과거 10년보다(1.4%)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캠브리지 에너지 연구소(CERA)가 2009년 11월에 신규 대형 유전의 발견이 기대에 훨씬 못 미칠 경우에는 2010년대 중반 이후 세계 원유 생산량 자체가 피크오일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기한 바 있다(<그림 5> 참조). 

 

 

 

결국 원유 공급 확대에 비해 석유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현재 세계 석유 수요의 6.2%인 원유의 여유 생산 능력이 2015년에는 3%대 초반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그림 6> 참조). 

 

 

 

Ⅱ. 비전통 석유의 잠재력

 

 

1. 원유에 비해 매장량 풍부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원의 발전이 쉽지 않고 원유 공급 확대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매장량이 풍부한 비전통 석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비전통 석유로는 오일샌드(Oil Sands), 초중질유(Extra Heavy Oil), 가스액화연료(GTL; Gas to Liquids), 석탄액화연료(CTL; Coal to Liquids), 오일셰일(Oil Shales) 등이 있다. 

 

오일샌드는 1973년 제1차 오일쇼크 이후부터 석유를 대체할 화석연료로서 주목을 받았는데 초중질유에 해당하는 비투멘(Bitumen), 모래, 점토, 그리고 미량의 미네랄로 이뤄져 있다. 1차 오일쇼크 이후 관심을 받아 온 초중질유는 타르와 같이 점성이 강한 원유로서 물보다 무거운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주로 발전용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GTL은 천연가스를 화학적, 물리적으로 가공해서 상온에서도 사용이 가능하게 만든 액체상태의 석유를 뜻하며 1920년대부터 기술발전으로 사용돼 왔다. 2차 대전 당시 석유 부족을 겪던 독일이 처음 개발해 사용한 CTL은 석탄에 촉매를 사용해 직접 원유 성분을 추출하거나 석탄의 가스화와 화학반응을 통해 만든 액체상태의 석탄을 지칭한다. 다른 비전통 석유에 비해 개발 기술이 아직 초기단계에 있는 오일셰일은 원유 성분 물질인 케로겐(Kerogen)을 함유한 퇴적암을 뜻하며 2020년 이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비전통 석유가 관심을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석유로 사용이 가능하면서도 매장량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IEA에 따르면 생산된 것을 제외한 원유의 궁극 가채매장량(기존 발견 매장량에 발견 가능성이 있는 미발견 매장량을 합한 매장량)은 약 2.4조 배럴이다. 반면 오일샌드, 초중질유, 오일셰일 등의 매장량은 약 8.5조~9조 배럴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석유보다 가채연수가 긴 석탄이나 가스를 석유화 하는 GTL, CTL을 석유 매장량으로 환산하면 이들의 매장량은 2.5조 배럴로 추정된다. 비전통 석유의 매장량 전체가 원유 매장량에 약 4.8배 많다(<그림 7> 참조). 다만, <그림 7>과 같이 비전통 석유의 경우는 기존 전통 석유에 비해 생산비용이 높기 때문에 유가 수준에 따라 매장량이 의미를 갖게 되는 특징이 있다. 

 

 

 

2. 유가 상승으로 비전통 석유의 채산성 상승

 

풍부한 부존량을 가진 비전통 석유는 최근 들어 유가 상승으로 인해 채산성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초중질유와 오일샌드를 1배럴 생산하기 위해서는 40~80 달러(IEA 추정치) 정도의 비용이 든다(<그림 7> 참조). 또한 GTL과 CTL도 석탄과 가스의 가격에 영향을 받지만 1배럴 당 40~120 달러(IEA 추정치) 정도의 생산비용이 든다. 오일셰일은 배럴당 60~120 달러 정도의 생산 비용이 든다. 현재의 유가 수준을 고려해 보면 비전통 석유가 채산성을 부분적으로는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석유 수요 증가에 따라 유가가 지속 상승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비전통 석유의 채산성은 확보될 전망이다. 캐나다의 오일샌드 경우 채산성이 개선됨에 따라 세계 생산량이 2000년의 1일 60만 배럴 생산에서 2008년에는 130만 배럴로 두 배 증가하였다(<그림 8> 참조).

 

 

더 나아가 비전통 석유는 장기적으로 볼 때 가혹한 자연환경에서 생산되는 일부 원유에 대해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전 탐사를 육상에서 해상으로 옮긴 것처럼 향후 유전 개발이 미탐사 지역인 심해나 극지를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IEA는 심해유전이나 극지유전의 생산비용을 배럴 당 각각 65달러, 40~100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치를 비전통 석유와 비교해 보면 초중질유와 오일샌드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GTL도 셰일가스(Shale Gas)의 생산 확대로 천연가스의 가격이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개선될 여지가 있다. 

 

 

3. 탄소배출, 토양오염 등의 환경문제, 비전통 석유의 아킬레스건

 

채산성을 확보한 비전통 석유가 원유에 대해 가격 경쟁력도 갖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비전통 석유는 원유에 비해 탄소 배출이 많고 토양을 오염시키는 등 환경문제를 안고 있다. 

 

비전통 석유는 추출, 운송, 변환 등에서 에너지 소모가 많기 때문에 원유보다 탄소 배출량이 더 많다. 비전통 석유 중에서는 오일셰일, CTL, 오일샌드, 초중질유, GTL 등의 순서로 탄소 배출량이 많다(<그림 9> 참조). 오일샌드의 경우 원유 추출을 위해서 고온·고압의 증기가 주입되는데 이때 천연가스를 통한 에너지 투입과 탄소 배출이 크게 나타난다(<그림 10> 참조). 초중질유 역시 오일샌드보다 점성이 낮아 증기를 사용하지 않는 등 생산 조건이 좋지만 운송과정에서 점성을 낮추기 위해 가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원유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또한 연료 자체로서는 탄소 배출량이 적어 청정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GTL과 CTL도 생산 과정에 에너지가 많이 투입됨에 따라 탄소를 원유보다 많이 배출한다. 

 

 

 

탄소 배출 문제 외에도 오일샌드, 초중질유, 오일셰일은 토양오염, 대기오염 등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오일샌드에서 원유 1 배럴을 추출하기 위해서는 물 1.8~4.5 배럴이 필요하다. 오일샌드 덩어리를 조각 내고 원유 성분인 비투멘의 점도를 낮추기 위해서 증기가 주입되어야 한다. 막대한 물이 투입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오일샌드의 원유 성분이 증기로 사용된 물에 섞이면서 토양을 오염시킨다는 데 있다. 오일셰일 역시 암석을 녹이는 발열기를 식히기 위해 많은 물이 사용되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하수가 오염되는 등 환경문제를 낳고 있다. 또한 원유보다 황이 많이 포함돼 있고 석탄이나 원유에 비해 바나듐 함유량이 10배 이상 높은 초중질유는 석유 생산 과정에서 탈황설비와 중금속 처리설비 등을 필요로 하고 있다. 

 

 

4. 비전통 석유 부국들의 개발 활성화

 

비록 비전통 석유가 환경오염을 발생시키는 단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보유량이 많은 국가들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개발을 확대해 나갈 전망이다. 다만 초중질유는 베네수엘라가 자원민족주의를 추진하고 있어 다른 비전통 석유에 비해 개발이 더딜 것으로 예상된다. 

 

비전통 석유 중에서 오일샌드, 초중질유, 오일셰일은 캐나다, 베네수엘라, 미국에 집중적으로 매장돼 있는데 세계 매장량 대비 점유율이 각각 71.6%, 97.9%, 73.8%이다(<표 1> 참조).

 

 

 

비전통 석유 중 개발이 가장 활발히 나타나고 있는 나라는 오일샌드 부국(확인매장량 기준으로 15억 배럴)인 캐나다이다. 오일샌드의 매장량까지 합칠 경우 캐나다는 사우디아라비아 다음의 석유부국이다. 이러한 캐나다는  오일샌드 개발을 개방하고 있어 국내외 기업의 참여가 활발하다. 오일샌드는 캐나다의 전체 원유 생산 중 36%를 차지하고 있으며 알버타 주정부의 최대 수입원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지역주민들이 오일샌드의 환경오염 문제를 제기하고는 있지만 캐나다 정부나 지방 정부가 환경보호를 위해 경제적 이익을 포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지난 해 상반기에 유가가 폭락하면서 오일샌드 투자가 위축되자 지방정부가 투자 활성화를 위해 인센티브 프로그램의 도입을 계획한 바 있다. 

 

이와는 반대로 초중질유의 개발 환경은 열악해 오일샌드와는 대조적이다. 베네수엘라 정부가 자원민족주의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970년대처럼 유전 자산 몰수나 강제 국유화 등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자원민족주의는 석유산업에 대한 각종 세율 인상, 재계약 거절 및 계약 조건 강화 등을 수반한다. 이에 따라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 개발은 기술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석유메이저 보다는 Gazprom, Petrobras, CNPC 등 외국계 국영 석유기업들이 직접 협상을 통해 많이 참여하고 있다(<박스기사> 참조). 지난 해 4월에는 오리노코 지역의 초중질유 개발에 외국 석유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려고 했으나 참여 저조로 입찰이 연기된 적이 있다. 

 

 

오일셰일의 경우 최대 매장국인 미국이 수자원 등 환경문제를 놓고 개발 활성화에 대해 논의 중이다. 다만, 미국, 러시아에 이어 오일셰일 3대 매장국인 요르단은 발전용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 Shell 등 메이저 기업, 오일셰일 개발 경험이 풍부한 에스토니아 기업(Eesti Energia) 등과 협력해 오일셰일을 개발하고 있다. 

 

 

한편, GTL, CTL은 천연가스와 석탄이 풍부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GTL의 경우 남아프리카 공화국, 말레이시아, 카타르 등 3개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CTL은 남아프리카 공화국, 미국, 중국 등에서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LNG 최대 생산국인 카타르는 천연가스 가격이 저렴하고 정세가 안정돼 있어 Shell 등 메이저 석유기업이 GTL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카타르 정부가 자국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를 LNG 수출이나 국내 내수용으로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어 추가적인 GTL 사업은 2011년까지 보류된 상태다. GTL, CTL 개발이 다른 비전통 석유 개발과 다른 점은 천연가스, 석탄 등 원료를 수입해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2006년부터 일본은 경제산업성, 신일본석유 등 기업연합을 구성해 GTL의 상용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Ⅲ. 비전통 석유, 유가 변동성 줄일 듯

 

 

채산성 확보로 개발이 진행 중인 비전통 석유는 장기적으로 원유 공급 확대 부진에 의해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채산성 측면에서는 초중질유가, 환경측면에서는 GTL이,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는 오일샌드가 유망한 비전통 석유로 평가된다. CTL은 탄소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급속히 부각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비전통 석유가 유발하는 환경오염 문제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비전통 석유의 개발·생산 비용에 환경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위험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자원 관리 비용은 생산이 확대될수록 커질 것이기 때문에 대응기술 마련이 절실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개발 투자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기술 발전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박스기사> 참조). 다만 최근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태로 인해 비전통 석유의 환경오염 문제가 원유 생산에 비해 그다지 특별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어 주목된다. 오히려 오일샌드나 초중질유는 육상에서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에 심해유전 개발보다 안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전통 석유는 생산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투입되기 때문에 석유 수급 개선 효과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캐나다 오일샌드의 경우 투입 에너지에 대한 산출 에너지의 비중(EPR; Energy Profit Ratio)이 1.5로 60 정도인 중동 석유에 비해 너무나 빈약하기 때문이다. 또한 기술발전으로 생산비용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이를 적용할 수 있는 인력, 장비의 공급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개발 프로젝트의 생산비용이 계속 상승하고 있고 과거 모든 자원 광구의 개발비용이 기술발전에도 불구하고 탐사 등 개발 서비스의 공급이 부족해 비용이 상승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전통 석유의 가치 상승은 생산 확대로 이어지면서 세계 석유 공급 확대에 대한 기여도를 높일 전망이다. EIA는 2035년까지 비전통 석유의 생산이 현재의 사우디아라비아(2010년 4월에 797만 bbl/d)의 약 90%만큼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림 11> 참조). 또한 과거 15년간 비전통 석유의 세계 석유 생산 증가 기여율이 7.7%였지만 향후 15년 동안에는 약 21%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 석유시장에 미치는 비전통 석유의 파급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베네수엘라의 초중질유가 OPEC의 생산쿼터 제한을 받지 않는 등 비전통 석유의 공급은 유가 안정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OPEC의 공급 비중 확대로 앞으로 유가의 변동성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으나 비전통 석유는 이를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는 것이다. 더욱이 비전통 석유에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빨라질 경우에는 유가의 하향 안정화가 기대된다. 

 

 

결국, 비전통 석유는 양적 측면에서 기존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지만 질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고 생산비용, 환경문제 등의 극복이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석유의 공급 부족 문제를 단독으로 해결할 것이라고는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비전통 석유가 석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높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과 함께 에너지 문제의 해결에 적지 않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Source : LGERI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