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5일 월요일

중국 출구전략, 권력투쟁 불심지? ㆍ 경제 성장과 균형 두 마리 토끼 잡겠다는 중국

 

중국 출구전략, 권력투쟁 불심지?

 

 

최근 중국은 출구전략 시행에 앞서 시장 흐름을 시험하려고 지급준비율 인상·국채 금리 인상 따위 긴축 조처를 취했다. 중국이 언제, 어떻게 출구전략을 본격 시행할지 집중 분석했다.

 

올해 세계가 주목한 경제 키워드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이다. 금융위기로 침체되었던 세계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밝은 전망이 속속 나오고 각국이 출구전략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출구전략’이란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국 펜타곤이 처음 사용한 군사용어로 인명과 장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작전 지역에서 철수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최근 들어 중앙은행의 통화환수를 뜻하는 용

어로 사용되고 있다. 즉 정부가 경제위기 때 시중에 풀었던 자금을 회수하는 긴축정책을 이른다.

 

적극적인 입구전략으로 세계 경제 회복에 견인차 구실을 했던 중국이 돌연 출구전략 행보에 나섰다. 지난 1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시중은행의 지불준비율을 두 차례 인상하면서 선제적 통화 긴축정책으로 경기 과열 차단에 나선 것이다. 이번 조처는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자산 거품과 가파른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에서 취해졌다. 지난해 중국 대도시 집값은 24% 올라 15년 이래 최고가를 형성했고, 9개월간 하락세를 지속하던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두 달 연속 올랐다. 지난해 12월 자산 및 물가의 가파른 상승은 당국을 긴장시켰다. 자산이 7.8% 올라 1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는가 하면 물가도 1.9%나 상승했다. 올해 들어 1월 2주간 신규 대출 1조1000억 위안(약 187조원)의 급속한 증가도 지불준비율 인상을 재촉했다.

 

 

구전략을 놓고 후진타오·원자바오와 상하이방·태자당 간 논쟁이 일 수 있다.

 위는 중국 인민은행.

 

 

금리 인상, 2월이냐 6월 이후냐

 

아울러 인민은행은 시중은행 대출에도 제동을 걸었다. 공상은행(ICBC)·중국은행·시티은행 등 대형 시중은행 관계자들은 대출과 관계된 어떤 지시도 받은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인민은행이 대출 속도 조절을 구두로 지시했음이 드러났다. 또 은행규제위원회(CBRC)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전달하며 대출을 통제하고 있다.

 

경제통들과 증권·금융가는 중국 당국이 지불준비율과 통화안정화채권 금리를 전격 인상하고 공개시장 조작을 강화한 데 이어 금리인상으로 출구전략을 본격하리라 본다. 1월19일 주요 은행들이 신규 부동산 대출을 전면 중단한 것이 금리인상 신호라는 것이다. 하지만 ‘금리인상 시점’에 관해서는 주장이 갈린다. 대략 조기 출구전략설,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이후설 그리고 완만한 출구전략설의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2월 춘절(설) 전후나 3월 초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조기 출구전략 주장은 지난해 거시경제지표에 근거한다. 팀 콘돈 ING은행 아시아 담당 수석 경제학자는 중국이 1분기에 예금 금리를 올릴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지난 1월21일 국가통계국(NBS)이 발표한 거시경제지표를 보면 2009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33조5000억 위안(약 5556조원)으로 전년 대비 8.7% 증가해 목표치(8%)를 초과 달성했다. 특히 4분기에는 두 자릿수(10.7%) 성장을 달성해 중국 경제가 회복기를 넘어 본격 확장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판단한 당국이 출구전략을 본격화하리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가파른 물가상승도 금리인상을 재촉하는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일부 전문가들은 2009년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0.7% 하락했지만, 12월 상승세를 탄 물가(1.9%)가 2월에는 3%로 상승폭이 커지고 4월 이후에는 5%에 달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전환될 것이라 전망하고 금리인상이 임박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출구전략은 시장 변화에 따라 신축적으로 시행될 전망이다.

하얼빈의 부동산 박람회 모습.

 

3월 초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치르고 2분기에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이라는 주장은 현 집권 세력의 정책 방향에 근거한다. 조화사회를 표방하며 성장보다 분배와 안정을 중시하는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가 1분기에 느슨한 통화정책을 유지하다가 전인대 이후 출구전략을 본격화하리라는 예상이다. 원자바오 총리가 3월 전인대에서 올해 경제발전 전략 발표 때 성장에 앞서 구조조정을 강조할 것이라는 정보도 이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이른바 자산 거품을 빼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긴축정책을 올해 경제 방향으로 제시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전년 대비 두 배에 가까운 9조6000억 위안(약 1640조원)을 투입해 내수부양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주력했는데, 경기 과열을 염려해서 올해는 7조5000억 위안가량 투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출구전략은 전인대의 논쟁거리가 될 수도 있다. 즉 후진타오·원자바오 체제와 상하이방·태자당 간 논쟁이다. 후·원 체제는 자산 거품과 물가상승의 관리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금융 감독 및 금리인상을 통한 구조조정을 주장할 것이고, 성장과 발전을 표방하는 상하이방과 태자당은 경제회복에 위험 요소가 산재한 상황에서 출구전략이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논리로 맞설 수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성급한 출구전략은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끼쳐 ‘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거듭 경고한다. 지난 1월27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한 주민(朱民) 인민은행 부총재는 “장기적 시각에서 현재 세계 경제의 반등 흐름은 각국 정부의 부양책에 의존하는 매우 취약한 상태다”라고 지적하며 경기부양책을 강조하면서 금리인상과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는 모순된 발언으로 중국의 고민을 시사했다.

 

 

인민은행 총재, 완만한 출구전략 시행 시사

 

일부 경제통들은 완만한 출구전략을 전망한다. 숑펑 교통은행 애널리스트는 금리인상은 2분기까지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 “(경기) 회복에 위험성이 있어 출구전략은 완만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국가통계국 경제지표가 나온 직후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는 “2010년 인민은행은 안정과 일관성을 유지하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통화정책을 취하며, 경제성장 지원과 물가상승 통제에 초점을 맞추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리인상의 관건은 시장이다. “올해 (통화) 정책은 신축성을 보일 것이다”라는 인민은행 총재의 말대로 금리인상은 시장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즉 경기가 과열 양상을 보이면 긴축정책으로 조일 것이고, 냉각 기미가 보인다 싶으면 확장정책으로 푸는 중국식 신축 정책에 따라 금리인상 시점도 정해질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현재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 국채 금리인상 및 신규대출 금지 등 일련의 긴축 조처는 과열된 경기의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금리인상 등 본격적인 출구전략 시행에 앞서 시장 흐름을 시험하는 정책이라 볼 수 있다.

 

‘시장은 신의 영역’이란 말이 있다. ‘예측 불허의 시장 논리’란 역설 속에 중국 출구전략의 고민이 숨어 있는 셈이다.

 

 

 

 

 

경제 성장과 균형 두 마리 토끼 잡겠다는 중국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인 전인대와 정협이 열렸다. ‘양회’라 불리는 두 대회에서 출구전략·민생정책·구조조정·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어떠한 대책이 나올지 전망해보았다.

 

춘절(설날) 연휴가 끝나자 베이징에 정치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 국정 방향을 결정할 제11기 3차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3월5일)와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3월3일) 전체회의가 열린 것이다. 흔히 양회(兩會)라고 불리는 이 두 행사는 국내외 관심거리인 출구전략·민생정책·구조조정·부동산 문제 등을 집중 논의할 전망이다.

 

전인대는 입법 및 예산심의 권한 외에 국정 방향을 결정하고 주석·부주석·총리 등 최고지도층을 선출하는 등 막강한 권력을 지닌 헌법상 중국 최고국가기관이다. 하지만 실질적 권한은 중국공산당이 쥐고 있다. 전국 행정구(성(省), 자치구, 직할시, 홍콩·마카오특별행정구) 및 군부에서 선출된 대표로 구성되는 전인대는 구성 기관인 상무위원회 주관 아래 매년 3월5일 전체회의를 개최하는데, 공산당과 군부가 중심이 된다. 제11기 전인대는 상무위원 13명을 포함한 의원 298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당 및 사회 각계에서 선출된 직능대표 2100명으로 구성된 정협은 국정 현안을 논의하고 전인대에 건의하는 국정자문기구다.

 

 

민생안정에 중점을 둔 후진타오-원자바오 정권은 제11기 전인대(위)에서 부동산 과열과 거품,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강조하리라 예상된다.

 

 

중국 언론들은 이번 양회의 10대 의제로 △경제정책 전환 △부동산 정책 △교육개혁 △의료개혁 △선거법 개정 △주택 강제철거 △인터넷 정치 △축구계 부패 △상하이엑스포 △중국·미국 관계 등을 꼽았다. 중국 국민 (특히 누리꾼)은 부정부패 척결, 빈부격차 해소, 부동산 안정, 교육 및 의료 개혁, 취업 대책 등 민생문제에 관심을 보였다. 중국 바깥 세계는 경제문제, 특히 금융위기와 연관된 출구전략과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제와 관련해서 양회의 열쇠 말은 ‘성장’과 ‘균형’이 될 것이다. 중국 당국은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금융위기 상황에서 고속 성장을 달성했지만 이로 인해 부동산 거품, 과잉 생산, 물가 상승 따위 부작용이 유발되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경제의 지속 성장을 견지하되 경제의 균형을 잡는 정책 방향이 논의될 수 있다. 지난해 전인대 경제 분야의 화두가 입구전략이었다면 올해는 출구전략이다. 지난해에는 내수 경기를 부양해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올해는 과

잉 유동성 회수로 부동산 거품을 걷어내고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것이 목표다.

 

출구전략에서 최대 관심거리는 금리인상 문제다. 올 들어 두 차례 지불준비율을 인상한 당국이 전인대 이후 3~4월 내지 5월에 금리를 인상하리라는 관측이 대세다. 민생안정에 중점을 둔 후진타오-원자바오 정권이 전인대에서 부동산 과열과 거품,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금리인상의 불가피성을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 이상 치솟아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분석도 이런 전망에 한몫 했다.

 

2009년 중국의 부동산 투기 수입은 약 170조원으로 알려졌다. 위는 장쑤성의 한 모델 하우스.

 

 

상반기에 금리 인상은 어려울 듯

 

하지만 과연 금리를 당장 올릴까? 현재 시장 흐름을 볼 때 금리인상 시기가 지연될 확률이 더 높다. 지난 2월11일 국가통계국 발표를 보면, 지난해 12월 1.9%로 치솟았던 CPI가 올해 1월 1.5% 상승에 그쳐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1.7 ~2.0%)를 밑돌았고, 상승세가 둔화될 태세다. 1월 말 스탠더드차터드(SC) 은행의 설날 이후 금리인상설은 이미 물 건너갔다. 올 상반기 금리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은 어떨까. 부동산 거품 문제 해결은 대출 통제와 법률 규제라는 수단을 쓸 듯하다. 투기성 부동산 구입에 대한 은행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실수요자에게 특혜를 주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다. 중국 싱크탱크인 사회과학원은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자산 거품을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고 정부에 건의한 바 있다. 투기꾼들은 전인대 이후에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인상, 토지정책 따위 부동산 규제 법규가 쏟아져나오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부동산 투기 수입은 자그마치 1조 위안(약 17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으로 본격 논의가 예상되는 구조조정 분야를 보자. 대략 세 방향에서 예측이 가능하다. 첫째, 경제의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다. 중국은 공해 물질을 다량 방출하며 환경을 오염시키는 저부가가치 산업구조에서 친환경적 고부가가치 산업구조로의 전환을 중장기적 목표로 삼고 방안을 물색 중이다. 이미 당국은 전력·석탄·철강·비철금속·방직 등 10개 산업을 저부가가치 산업으로 지정하고 퇴출시키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연구 및 개발(R&D)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특허법 및 지적재산권법을 다듬는 문제를 논의할 듯하다.

 

둘째, 내수시장을 키워 수출의존형 경제에서 벗어나 수출과 내수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방책이 논의될 수 있다. 이것은 총인구의 64% (8억9000만명)에 해당하는, 소득수준이 낮고 낙후된 농촌을 지원해 도농(都農) 간 격차를 완화하는 정책과 병행할 전망이다. 1989년 개혁·개방 이후 20년이 지난 현재 농촌 소득은 도시 소득의 3분의 1로 떨어졌다. 따라서 2008년 도입된 가전하향(가전제품 구입 때 13% 보조금 지원)·자동차하향(소형 자동차 취득세 감면) 등 하향(下鄕·농촌 지원) 정책을 확대 시행하고, 나아가 건설자재 구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건자재하향 정책으로 건설 경기를 활성화해 내수시장 확대를 도모하려 할 것이다.

 

셋째, 과잉투자(생산과잉)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 논의다. 이른바 철강·방직·조선·석유화학 등 투자가 너무 많이 이뤄져 생산 과잉을 초래한 산업은 투자·대출·토지대여 등에서 법률적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인수합병(M&A)을 독려할 수 있다.

 

외교 현안도 양회에서의 관심거리다. 특히 ‘구글 사태’ 이후 미국의 타이완 무기 판매 및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달라이 라마 면담 등으로 악화된 대미 관계의 정상화 논의는 정협 시작과 함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현재 미국이 타이완에 무기를 판매하는 데 대한 베이징의 반발로 양국 간 군사교류가 중단된 상황이다. 또 미국과 갈등을 빚는 위안화 절상(환율 하락) 문제도 신중하게 논의될 것이다. 소식통들은 위안화 절상이 하반기에 단행될 것이나 수출 둔화를 걱정해 소폭 절상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 외에 6자회담 문제도 은밀히 논의될 수 있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중국 경제는 한껏 비상의 날개를 펼치려 한다. 경제와 정치를 구분하기 힘든 중국에서, 양대 정치 행사 개최에 세계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하이·정다원 편집위원

 

 

Source : SisaIn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