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8일 일요일

중소기업이 크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 창업 이후가 문제다.

 

중소기업이 크기 어려운 한국의 현실, 창업 이후가 문제다.

 

이번 주 잡지를 보니 `눈먼 정부지원금'이란 제목으로 각종 편법으로 정부지원금을 타 먹는 사례가 소개되고 있는데, 사실 한국에는 중소기업 및 창업기업을 지원하는 제도가 너무나도 많다. 자금지원부터 융자, 교육 등 원하는 창업 초기 필요한 많은 서비스를 정부지원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중요한 건 이런 지원의 허술한 관리가 아니다. 이런 곳에 들어가는 중소기업 지원예산만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상황이지만 우리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망해나가고 있으며 중장기 수익성을 내기가 어렵다. 분명히 문제가 있다.

결국, 많은 중소기업이 도약하지 못하는 이유는 사실상 정부의 지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의 지원으로 인프라가 구축된 이후에 새로운 판로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 납품이 가능한 대기업이나 대형유통사와 관계를 맺기는 연줄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고 대기업은 발주 시 별도의 공개입찰을 거치는 경우가 많을뿐더러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면 국가의 공공입찰제도는 어떨까?

국가의 공공입찰제도 자체는 투명한 편이지만 일반경쟁입찰이란 제도가 무색할 만큼 사실상 2중 3중의 제약이 많다.

각종 디자인개발 입찰을 예로 들어보자.

대부분의 공공기관 디자인개발 입찰공고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입찰참여 제한조건이 있다. 바로 산업디자인진흥법시행규칙의 `디자인전문회사'만 입찰이 가능하다는 제한이다.

이게 뭘까?

`디자인전문회사' 선정기준에 갑자기 직전년도 매출액 2억 기준이 들어간 건 2007년부터다.

기존에 시장에 진입한 힘 있는 선두 중소전문회사들은 이익단체를 통한 로비를 통해 이런 제도를 만들어 스스로 진입 장벽을 치고 밥그릇을 보호하며 신생 경쟁업체의 진입을 막고 있다. 대기업들이 하는 짓과 똑같다.

아무리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만든 회사라 할지라도 초창기엔 연줄을 통해 대기업의 프로젝트나 공공기관 입찰을 따내지 못하면 연 매출 2억을 올리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건당 1~2백짜리 싸구려 업무를 1년에 수백 건 해서 전문회사를 딴다 한들 회사의 디자인 전문성이 높아진다고는 상식적으로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

이는 오히려 이들의 창업의욕과 실력이 약화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규제가 기존 전문회사와 신생기업 간 엄청난 양극화를 불러오고 있는 부작용까지 만들어 내고 있다.

디자인분야의 예를 들었지만 이런 현상은 다양한 업종에 퍼져있다.

정부의 각종 전문회사 등록제도란 것들의 태생을 살펴보면 명목은 `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함'이지만 실제로 각종 공공입찰에까지 이런 제한이 포함되면서 진짜 실력 있는 신생중소기업들이 설 곳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공개경쟁입찰의 RFP엔 사업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참가제한조건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전문회사' 등의 제약으로 사전에 거르게 되면 매번 그 나물에 그 밥인 업체들만 입찰에 응할 수 있고 업체들 사이의 담합이 발생할 여지가 생기는 등 발주업체에도 결국 손해가 발생한다.

이런 풍토에선 뛰어난 로비력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더라도 성공하긴 하늘의 별 따기였을 것이며, 이 때문에 우직한 테크니션 CEO가 성공하긴 더 어렵다.

실제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운용하다 보면 대기업 은퇴인력 취업 프로그램 이란 게 있는데 이들을 원하는 많은 중소기업사장은 그들을 대기업 줄 대기 용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을 가진 게 사실이다.

굳이 이런 비정상적인 줄 대기나 매출액 부풀리기 없이 진정 실력 있는 벤처, 중소기업들이 자신감 있게 커 나갈 수 있게 하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명백하다.

대기업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는 미국의 공정거래법처럼 엄격한 자대로 제한하고 대기업의 공개경쟁입찰을 활성화하는 한편, 각종 `전문회사' 인증의 조건을 현실성 있게 바꿔 창의적인 신생중소기업들의 공정한 경쟁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공정경쟁을 보장해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야 할 정부가 오히려 기존 기업들의 기득권을 지키는데 앞장서는 현실에선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낼 제2의 제3의 새로운 글로벌 기업이 생기길 바라기는 정말 어려운 게 현실이다.

작성자 청년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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